런던서 귀가 중 살해된 여성 추모행사 강제해산에 경찰 '역풍'(종합)
경찰, 방역 규정 들어 추모행사 불허…강제해산 영상 공분 일으켜
(런던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이광빈 기자 = 영국에서 귀가 중 경찰관에 납치·살해된 30대 여성 세러 에버러드(33)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가뜩이나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처에 여성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희생자 추모예배에 모인 여성들을 경찰이 강제 해산하자 경찰로 분노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1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케팅 전문가인 에버러드는 최근 런던 남부 클래팸 근처 친구 집을 떠나 약 50분 거리인 집으로 걸어오던 중에 실종됐다.
경찰은 에버러드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런던 정부청사를 경비하는 현직 경찰관을 체포했다.
영국 사회는 이 사건에 경악했다. 여성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안전 문제에 대한 경험을 나누면서 에버러드를 애도했다.
여성들이 클래펌 커먼 공원에서 13일 야간 추모예배를 계획하자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 위반을 이유로 불허했다.
경찰은 주최 측에 1만 파운드(1천580만원)의 벌금을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경찰 측의 입장은 여성들을 더욱 자극했다. 수천 명의 여성이 클래팸 커먼에 모여들었다.
주최 측 여성은 "우리는 에버러드가 실종된 후 경찰이 여성들을 상대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욱 분노해) 여기에 왔다"면서 "여성들은 (경찰의 권고를) 거절한다"고 말했다.
추모예배에는 오디오 장비가 없어서 앞에 있는 참석자들이 육성으로 여성의 발언을 뒤로 전달하는 '인간 마이크' 역할을 했다.
경찰은 주최 측 여성의 발언이 이어질 때 연단을 향해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에버러드를 애도하기 위해 놓인 꽃과 촛불을 짓밟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경찰의 해산 시도에 저항했다. 경찰은 4명의 참석자를 체포했다.
경찰이 참석자들을 밀어내고 끌어내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경찰에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이 넘어져 있는 여성의 팔을 뒤로 모아 수갑을 채우는 장면도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은 다음날 오전 성명을 통해 "오후 6시께 연설이 이뤄지고 많은 사람이 밀집하게 돼 코로나19 전염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면서 "(해산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집행할 책임이 있지만, 내가 본 이미지로 경찰의 대응은 적절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에 관해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그러나 사임 압박을 거부했다. BBC와 더 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딕 청장이 내무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버러드를 추모하는 여성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도 전날 꽃을 들고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왕실 인사는 "왕세손빈이 밤에 런던 거리를 다니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