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본격화할 LH의혹 진상규명 과정서 극단선택 더는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 파문의 와중에 LH 직원들이 연이틀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13일 LH 파주본부 소속 50대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망자에 대해선 투기 관련 첩보가 입수돼 관할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참이었다. 구체적인 사인은 경찰 조사로 가려지겠지만, 일단 최근 사태와 인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불과 하루 전에는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에서 이 공사의 지역본부장까지 지낸 고위급 전문위원이 투신해 숨졌다. 고인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거쳐 갔던 지역본부는 공교롭게도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 13명 중 4명이 근무한 곳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 역시 이번 사태와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LH 관련 의혹으로 국민의 공분이 커지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거푸 벌어진 점은 매우 안타깝다. 관련자 소환조사 등 경찰의 수사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불상사가 빚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경찰의 좁혀오는 수사망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당국은 조사와 수사단계에서 각별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하지만 엄정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이번 LH 사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나아가는 작업이 LH 직원들의 잇따른 사망으로 감속하거나 후퇴해서는 결코 안 된다.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선택에는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조사와 수사는 흔들림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LH 사태는 우리 사회의 시대적 화두가 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다. 신도시 지정, 토지 보상 등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직접 활용하거나 친인척에게 흘려주는 방법으로 사익추구에 나섰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특히 성년 세대의 밑돌인 20대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의 급상승으로 내집 마련의 기회가 절망적인 수준까지 줄어든 젊은 세대에게 그나마 희망을 준 것은 2·4 주택공급 대책이었다. 그런데 시행조직이자 공급 주체인 LH의 직원들이 무더기로 땅투기 의혹에 연루됨으로써 어떤 해명과 사과로도 공분을 가라앉히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고 이번 사태의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일임은 불문가지다.
LH 사태의 진상규명은 속도와 완성도 모두 중요하다. 수사대상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잡게 되면 속도가 지체될 것이고, 핀셋 수사에 집중하다 보면 성긴 그물망 탓에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뒷말을 낳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 가운데 굳이 택일하라면 일단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편이 나아 보인다. 2·4 공급 대책 입법이 탄력을 받기 위해선 시행 주체인 LH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여서 무언가 환골탈태의 계기를 제공할 수사 결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해체 수준이든 대수술이든 LH 혁신의 견적표가 도출될 수 있다. 또 그래야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청와대의 주문대로 2·4 공급 대책의 입법 기초작업을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질서 있는 사태 수습이 가능해진다. 그러지 않고 완성도에만 치중하다 보면 국회의 입법 터 닦기가 꼬여 공급대책은 일정상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속도감 있는 단계적 수사 진행과 결과 발표 등 정부가 정교한 경로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의 훈수와 참견, 비판도 많아졌다. 정부는 새겨들을 말은 취하되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공급대책을 온전하게 살려 나가는 쪽으로 출구 찾기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은 LH 사태라는 큰 산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크게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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