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사기극 '테라노스' CEO "임신했다…재판 늦춰달라"

입력 2021-03-13 10:39
실리콘밸리 사기극 '테라노스' CEO "임신했다…재판 늦춰달라"

7월 예정 재판일, 8월 31일로 미뤄 개시 요청…네 번째 연기될 듯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를 받는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의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가 임신했다며 법원에 재판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스의 변호인은 12일(현지시간) 검찰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당초 7월 13일 시작 예정이던 홈스 재판을 8월 31일로 6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변호인과 검찰은 홈스가 현재 임신한 상태로 7월에 출산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WSJ은 "홈스에 대한 형사 재판이 거의 확실하게 또 한 번 연기될 것 같다"고 짚었다.

테라노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몇 방울의 혈액만으로 각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실리콘밸리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 덕분에 홈스는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떠올랐고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한때 90억달러(약 10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홈스가 주장한 진단 기술이 사실상 허구로 드러나면서 이 회사의 가치는 '0'으로 추락했고 결국 청산됐다.



검찰은 2018년 6월 홈스와 그의 전 남자친구이자 테라노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였던 라메시 '서니' 발와니가 투자자들과 환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며 기소했다.

홈스에 대한 재판이 먼저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세 차례나 재판이 연기됐다.

이 둘은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홈스 측은 그동안 배심원들이 재판 때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등을 놓고 검찰과 논쟁을 벌여왔다. 테라노스로부터 부정확한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옛 환자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는지, 테라노스 연구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규제 당국의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서다.

법원은 5월 이런 주장들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인데, 검찰과 홈스의 변호인은 이 청문회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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