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때 사라진 고대로마 대리석 모자이크 80년만에 귀향(종합)

입력 2021-03-13 08:00
수정 2021-03-13 16:56
2차대전 때 사라진 고대로마 대리석 모자이크 80년만에 귀향(종합)

칼리굴라 황제 때 건조된 호화 유람선 장식품…2013년 미국서 존재 확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사라졌던 고대 로마 칼리굴라 황제(기원후 12∼41) 시대의 진귀한 모자이크 작품이 약 80년 만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영구 전시됐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선박박물관은 11일(현지시간) 로마제국 3대 황제 칼리굴라 재위 때인 기원후 40년께 제작된 모자이크를 공개했다.

1.5㎡ 크기에 자주·흰색 등의 대리석 조각으로 기하학적 무늬를 수놓은 이 모자이크는 칼리굴라 황제가 로마 인근 네미 호수에 건조한 호화 유람선 장식품이었다.

이 걸작은 다른 수많은 로마제국 시대 유물과 마찬가지로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선상 파티용으로 쓰였다는 호화 유람선은 칼리굴라 황제가 기원후 41년 암살당한 뒤 방치돼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다가 1900년대 초 대규모 발굴 작업을 통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모자이크도 빛을 보게 됐다.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고 한다.

이탈리아 당국은 1930년대 로마 선박박물관을 만들어 이 유람선을 전시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와중에 박물관은 화재로 파괴됐고, 모자이크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모자이크의 존재가 다시 확인된 것은 2013년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이탈리아 출신 한 골동품 중개인의 자택에서 원래 모습 그대로 발견된 것이다. 당시 이 유물은 커피 테이블 장식으로 쓰이고 있었다고 한다.



해당 중개인은 "1960년대 이탈리아 현지에서 구매해 미국으로 갖고 온 것"이라며 어떤 배경을 가진 유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진 '순수한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자이크를 구입한 뒤 외교관 지인의 도움을 받아 몰래 미국으로 운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은 결국 2017년 미국 수사당국에 압수됐고 최근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이탈리아 문화재 당국으로선 수십 년간 찾아 헤매던 고대 유물을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회수한 셈이다.

1980년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수백만 달러에 모자이크를 구매하겠다는 제의를 뿌리쳤다는 해당 중개인은 당국의 압수 조처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이탈리아 유물 불법 반출 혐의에 대한 처벌도 없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네미 지역 주민들은 잃어버린 자식을 다시 찾은 양 칼리굴라 모자이크의 귀환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역 당국자는 이 걸작을 다시 맞아들이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이는 칼리굴라 황제의 유람선이 얼마나 중요하고 호화스러웠는지를 실증하는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칼리굴라는 5대 황제인 네로와 함께 로마 제국 희대의 폭군으로 꼽히는 인물로 그의 기행은 여러 차례 영화의 소재가 된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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