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그룹, 음악 경연 '유로비전' 참가 자격 박탈 위기
참가곡에 야권 시위 폄하 메시지…주최 측 "정치성 배제 원칙 어긋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의 친정부 성향 뮤직 그룹이 유럽 최대 음악 경연 축제 '유로비전-2021' 참가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로비전을 주최하는 유럽방송협회(EBU)는 11일(현지시간) 올해 경연에 벨라루스 대표로 참가하는 남녀 혼성 5인조 그룹 '갈라시 3메스타'가 제출한 곡이 현재 상태론 경연 참가곡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EBU는 "참가곡 검증 과정에서 벨라루스 그룹이 제출한 '내가 너를 가르칠게'라는 곡을 검토한 결과 유로비전의 정치성 배제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에 대해 벨라루스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곡에는 지난해 대선 부정에 항의해 벌어진 벨라루스 야권의 저항 시위를 깎아내리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벨라루스 그룹이 규정에 적합한 곡을 다시 제출하지 않으면 참가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그룹 리더인 드미트리 부타코프는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최 측의 요구를 접하고 스스로 대회 참가를 거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라시 3메스타 그룹은 그동안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시위를 조롱하는 노래들을 발표해 왔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 야권은 이 그룹의 유로비전 참가 자격 박탈을 주최 측에 요청해 왔다.
유로비전은 EBU가 1956년부터 매년 개최해오고 있는 유럽 최대 음악 축제로 아바(ABBA), 셀린 디옹, 조니 로간 등 유명 가수들을 배출했다.
아바'(ABBA)가 1974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실력 있는 유럽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올해 들어 야권 저항시위는 상당히 수그러들었으나 완전히 멈추진 않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선 이후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