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국제사회 오해 풀 것…계획대로 재선거" 주장
군정 대변인 수치 고문 부패 혐의 밝힌 뒤 장시간 기자회견
시민들 "총선 재실시는 군부 쿠데타에 정당성 부여해 반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는 11일 국제사회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 오해를 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선거를 치러 정권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를 존중하지만, 지난달 우리가 집권했을 때 세운 목표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선거를 실시할 것이고, 승자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 소요사태는 국제사회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을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확인했다.
특히 "도발로 인해 쌍방 폭력이 있을 수 있지만, 군경은 필요할 때만 무력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불안을 부추기는 언론인들만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송환한 미얀마인 1천여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민 툰 대변인은 "말레이시아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미얀마 시민 1천여명을 데려와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지난달 23일 미얀마 해군함정 세 척에 미얀마인 1천86명을 실어 보냈다.
양국 정부는 불법체류자들이라고 주장했지만, 인권단체들은 난민이 섞여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조 민 툰 대변인은 이날 아웅산 수치 고문이 정부에서 일하면서 60만 달러(약 6억8천만원)의 급료를 불법 수령했고, 금까지 받는 등 부패 혐의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2시간 넘게 군부 입장을 조목조목 내놓았다.
그는 미얀마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쿠데타를 두둔하고 '국제사회의 오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시위대와 언론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말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이달 10일까지 60명 이상이 군경의 총격 등으로 숨졌고, 2천8명이 체포됐다.
조 민툰 대변인은 "어제까지 1천179명의 시위대를 풀어줬다.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체포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시위대가 실제로 얼마나 풀려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쇠사슬에 살 패이고 시뻘건 피멍…SNS 공개된 처참한 미얀마 / 연합뉴스 (Yonhapnews)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 부정이 있었기에 헌법에 따라 국가 책임을 맡았고, 비상사태 규정에 따른 임무를 완수하면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을 치러 당선된 정당에 책임을 이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아웅산 수치(75)는 2015년 11월 자신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국가 고문'(국가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됐다.
수치 고문은 작년 11월 총선에서 NLD당이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지난달 1일 군부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빼앗았다.
군부는 1년 이내 적당한 시기에 새 총선을 치러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선거 감시단을 보내 공정한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선 재실시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시민불복종 운동과 항의 시위를 이어가는 미얀마 시민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가 작년 11월 총선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며 재선거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미얀마 군부는 언론 탄압의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앞서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AP통신 사진기자 등 기자들을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할 수 있는 공공질서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쿠데타 이후 시위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해 온 미얀마 나우와 미지마, 7데이뉴스 등 5개 현지 매체의 면허도 취소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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