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땅투기, 광명 시흥만은 아니었다(종합)
고양 창릉·남양주 왕숙·과천지구·하남 교산에서도 투기의혹
광명 시흥선 혼자서 7~8개 쇼핑하듯 땅 긁어 모으기도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 시흥만 아니라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도 땅 투기를 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현실이 됐다.
정부는 11일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명의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서 과거 미심쩍은 땅 거래를 한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의 폭로를 통해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가 LH를 통해 가려낸 의심 거래자가 13명이었는데 정부 전수조사에서 7명이 추가된 것이다.
예상보다는 너무 적은 숫자라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어차피 이번 1차 조사는 본인이 직접 구입한 부동산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 경찰 조사 등 강제수사가 진행돼야 가족을 통한 토지 매입 등 다른 투기 정황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조사에서 3기 신도시 토지 보유 사실이 드러난 것은 25명이었다. 여기에서 2명의 직원은 상속받았고 3명은 2010년 이전에 매입한 것이라 투기로 연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제외했다.
경찰에 통보된 20명 중 1명은 LH의 자진신고센터에 직접 신고했다. 신고한 것은 3명이지만 이 중 2명은 자신이 아니라 가족이 신도시 땅을 샀다고 밝혀 20명 명단에선 제외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광명 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과천지구, 하남 교산도 1명씩 있었다.
직급별로는 부장급인 2급이 3명, 차장인 3급은 9명, 4급 6명, 그 이하 직급 2명으로 분류됐다.
과천지구에서는 한 농지(1천122㎡)를 LH 직원이 2017년 5월 형제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등으로 인해 처음 문제가 드러난 광명 시흥에서는 다양한 투기적 토지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흥시 과림동의 한 산에선 1개 필지에 LH 직원 4명이 포함된 22명이 공동 매입한 사례가 발견됐다. 기획부동산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혼자서 8개, 7개의 신도시 예정지 필지를 쇼핑하듯 매집한 LH 직원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신도시 추진 정보를 입수해 땅을 산 직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광명 시흥은 과거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추진됐다가 좌초돼 다른 민간 개발 시도도 계속 있었던 만큼 개발 기대감은 꾸준했기에 투기 수요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LH 직원 5명은 2019년 6월 시흥시 과림동의 한 논을 나눠 샀다.
논 3천996㎡는 직원 4명이 15억1천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했고 2천793㎡는 직원 1명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10억3천만원에 사들였다.
직원 4명은 일부 부부동반으로 과림동 밭 5천25㎡를 22억5천만원에 매입했다. 이들은 각자 1천㎡ 넘도록 지분을 나눠가졌는데, 협의양도인택지를 얻기 위한 꼼수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들은 굳이 필지를 4개로 나눴는데, 이후 팔기 쉽게 만들기 위해 필지를 나눈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의 논밭에는 최근 들어 왕버들 등 희귀수종의 묘목들이 빼곡히 심겨지기도 했다. 영농보상을 노리고 급히 묘목을 심은 것으로 알려져 이 장면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의 배우자와 직계 가족으로 조사 대상이 확대된다.
1차 조사에선 LH 직원은 7명밖에 추가되지 않았고 국토부 직원은 아예 대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경찰 수사나 추가 조사 과정에서 숨은 연루자가 더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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