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개혁은 어디까지?…조직해체·신도시사업 배제는 어려울 듯
강력한 규제·내부통제 마련하고 불법행위 중징계 등 거론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 합동조사단은 11일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고강도 구조 개혁을 예고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2일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내 토지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LH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 LH 직원들 기강 해이·잇단 망언이 성난 민심에 기름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과연 더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투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LH는 최근 일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방언이 알려지면서 성난 민심을 자극했다.
우선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3기 신도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한 2018년에만 후보지였던 과천지구의 문건과 창릉지구의 도면이 유출됐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LH는 자체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해 버렸다.
LH가 여태껏 자발적으로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 검경 수사를 의뢰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LH가 퇴직자들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기업에 전관예우 차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현직 직원들의 소행이라고 추정되는 망언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공분이 일었다.
LH가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4일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적반하장식 글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전날까지도 거친 언사로 국민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블라인드에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하다.
LH는 블라인드에서는 현직 외에도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된다며 해당 글의 게시자가 현직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해명했으나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 공룡 조직 수술대…해체·사업추진 배제 가능성은 작아
정부와 여당에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부 통제와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공룡 조직을 수술대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LH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가 합병돼 탄생한 공기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직원 9천500여명에 자산 규모만 184조원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는 LH를 해체 수준으로 분리하거나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 단체 등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지정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이런 선택지는 2·4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켜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에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업과 2·4공급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LH를 해체하거나 신도시 사업 추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권 교수는 "시장 경제에서는 분업화해야 생산량이 늘어난다"며 "조직이 비대한 LH는 추후 택지 개발, 주택 공급, 주택 관리, 주거 복지 등으로 조직을 분리해야 전문성이 높아지고 투기 방지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를 빼고 3기 신도시 사업과 2·4대책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칫 주거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기존 틀 깨는 강력한 내부 통제 신설될 듯
결국 조직 문화나 내부 통제와 관련해 기존의 틀을 깨는 규제와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LH 임직원과 그 가족의 거주 목적 외 부동산 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다주택자나 임대 사업자인 직원은 불법으로 부동산을 취득한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승진에서 배제하는 제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미 취득한 토지·주택은 물론, 상속 등 부득이한 경우로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등록제를 시행하고, 상시 신고제를 의무화해 이를 위반할 경우 중징계 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규정에 반하는 편법·불법 부동산 거래가 적발되면 즉시 파면이나 해임 등의 강력한 인사 조처를 시행할 필요도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개발 사업 착수 전 후보지 내 임직원 토지 소유 여부를 전수 조사하도록 사규가 정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일 임직원이 보상 대상자가 되더라도 소유한 토지에 대한 보상 외에 협의양도인 택지 등의 부가적 보상에서는 제외한다는 규칙이 신설되면 직원들의 투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와 관련한 시스템도 온정주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과감한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중징계 대상인 행위 적발 시 경찰이나 검찰에 자동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심교언 교수는 "국내에서도 금융과 주식과 관련한 내부자 정보 거래는 굉장히 엄격한 규정이 있다"면서 "부동산에도 해당 규정을 도입해야 이번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심 교수는 또 LH 직원들의 잇따른 망언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선진국처럼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을 상대로 윤리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기존 조직 문화나 내부 제도가 국민의 눈높이와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개혁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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