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브라질 룰라 "사법 사기의 최대피해자"…부패수사 맹공

입력 2021-03-11 04:33
돌아온 브라질 룰라 "사법 사기의 최대피해자"…부패수사 맹공

2022년 대선 관련 언급 자제…코로나 부실대응 보우소나루 강력 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이 자신을 '사법 사기'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부패 수사를 맹공격했다.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주저하지 않았다.

룰라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시 인근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시에 있는 금속노조 건물에서 한 1시간30분 가까운 연설을 통해 "나는 브라질 500년 역사상 사법 사기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연방판사 시절 부패 수사를 이끈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연방대법원의 에지손 파킨 대법관이 부패 수사에서 그에게 선고된 실형을 모두 무효로 한다는 판결을 내린 지 이틀 만이다.



룰라는 자신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수감돼 있는 동안 부인과 동생이 사망했고 동생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면서 모루 전 장관과 부패 수사팀에 분노를 표시했다.

그러나 룰라는 "내가 겪은 고통은 수백만의 코로나19 희생자나 가족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잃고 가족을 부양할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고 국민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보건부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다양한 사람·계층과 대화해야 하는데, 보우소나루는 측근들과만 만나고 있다"며 국정 수행 방식도 비판했다.



룰라의 연설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으나 2022년 대선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파킨 대법관의 판결로 실형이 무효가 되면서 피선거권을 포함해 정치적 권리를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무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2022년 대선 출마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여부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달렸다.

시장은 룰라의 연설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파킨 대법관의 판결이 나오고 나서 요동쳤던 금융시장이 하루 만에 진정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룰라가 조금 더 중도적인 자세를 보이면 보우소나루에 비교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파킨 대법관은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권력형 부패 수사와 판결이 편파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실형을 모두 무효로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2019년 6월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모루 전 장관이 연방검사들에게 룰라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1월에는 모루 전 장관과 검사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에 앞서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한 비밀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룰라는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아 2018년 4월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이후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룰라는 수감 580일 만인 2019년 11월 8일 석방됐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