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국의회 농민시위 논의에 '발끈'…"중대한 간섭" 비판

입력 2021-03-10 11:53
인도, 영국의회 농민시위 논의에 '발끈'…"중대한 간섭" 비판

"외교 차관, 영국대사 불러 항의…"'표밭 정치' 중단하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영국 의회에서 진행 중인 자국 농민 시위 관련 논의와 관련해 인도 주재 영국 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다.

10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하르시 V. 슈링라 인도 외교부 차관은 전날 앨릭스 엘리스 인도 주재 영국대사에게 관련 논의에 대해 "부적절하고 과격하다"며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해당 논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영국 의원들에게 '표밭 정치'를 그만두라고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일부 영국 의원들이 영국 내 인도 유권자의 '표심'을 고려해 농민 시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의회는 최근 인도 농민 시위 개입 요구 등을 담은 청원서가 접수되자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일부 의원은 농민 시위에 대한 인도 정부에 대한 대응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인도 농민 수만 명은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뉴델리 인근에서 '숙박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개혁법에 대해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뉴델리 시내에서 이들이 주도한 '트랙터 시위'가 벌어지는 등 시위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인도 당국은 뉴델리 외곽의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했고 시위대의 이동을 막기 위해 농민 집결지 인근 주요 도로에 철조망, 바리케이드, 차량 통과 방지용 못 등 여러 구조물도 설치했다.



이와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지난해 11월 30일 농민 시위와 관련해 우려를 드러냈다가 인도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에도 인도 외교부는 인도 주재 캐나다 대사를 불러 "트뤼도 총리의 발언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항의했다.

인도 정부는 영국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트뤼도 총리도 캐나다에 사는 인도계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는 이번 농민 시위의 주축을 이룬 인도계 시크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트뤼도 총리 내각에서도 그간 여러 명의 시크교도 장관이 임명됐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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