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2만4천년 전까지 살았다'는 연대측정 오류 결과

입력 2021-03-09 15:53
'네안데르탈인 2만4천년 전까지 살았다'는 연대측정 오류 결과

시료 오염 줄여 재분석 결과 4만4천200~4만600년 전 화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 인류에 가장 가까운 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는 2만4천 년 전까지도 생존했던 것으로 여겨져 왔다.

벨기에 스피 동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 대한 탄소-14 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에서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연대 측정이 시료가 오염돼 빚어진 잘못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의 티보 드비에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스피 동굴의 네안데르탈 화석을 더 정교한 방법으로 연대측정을 진행한 결과, 약 4만4천200~4만600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PNAS와 AFP통신에 따르면 연구팀은 고고학에서 황금률이 돼온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은 똑같이 이용했으나, 시료를 뼈의 콜라겐 부분에서 채집하는 대신 콜라겐을 구성하는 주요 아미노산인 하이드록시프롤린(Hydroxyproline)을 추출해 이용했다.

이는 화석이 땅에 묻혀있는 동안이나 박물관에서 접착제 등을 이용해 전시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약 2만8천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어깨뼈로 알려진 화석에 대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서 소의 DNA가 잔뜩 나왔는데, 이는 전시 처리 과정에서 소의 뼈로 만든 접착제가 사용되면서 오염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엥기스를 비롯해 벨기에 내 다른 두 곳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화석 시료에 대한 연대측정에서도 스피 동굴 시료와 비슷한 시기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언제까지 생존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현생 인류와 같은 시기를 살다가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능력과 멸종 이유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 저자로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전문가인 옥스퍼드 대학의 톰 하이엄 교수는 "고고학에서 연대 측정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믿을만한 연대측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간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