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기자회견, '늑대전사 외교는 없다' 메시지 전달"
홍콩매체 "이례적으로 인내…'책임감있는 중국' 이미지 제고"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은 '책임감있는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의 국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잘 짜여진 행사였다고 홍콩매체가 9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이 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인내하는 모습을 통해 '늑대전사 외교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신중히 짜여지고 통제된 기자회견에서 그가 전달한 주요 메시지는 중국이 미국과 서방의 비방과 괴롭힘의 무고한 희생자라는, 외교부 동료들의 주장과 비슷했지만 그는 '늑대전사'들과 달리 전반적으로 겸손하고 덜 전투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늑대전사 외교는 중국의 애국주의 흥행 영화 제목인 '전랑'(戰狼·늑대전사)에 빗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지칭한다.
SCMP는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질문은 덜 비판적인 방식으로 다듬어져 제기됐지만 '중국의 국제 이미지 문제'라는 한가지 특정 주제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왕이 부장은 중국의 부상 등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와 비판에 잘 준비된 모습이었고 기자회견 내내 중국이 책임감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국제질서와 다자주의, 세계화를 수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구쑤(顧肅) 난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이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가장 주목받는 행사 중 하나인 왕이 부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사회에 화해의 몸짓을 보내고 중국을 향한 의혹과 불안, 두려움을 달래고자 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SCMP에 "왕이의 임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향한 적대적 분위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계, 특히 미국을 향해 중국이 국제 질서를 위협하거나 분열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 베이징언어문화대학 국제지역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제쳐두고 반중 동맹 구축을 중단하기를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이 이처럼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하는 것은 오는 7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내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관계를 평화롭게 다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정적인 국제 여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의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SCMP에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경제에 끼친 영향에 관한 죄책감과 팬데믹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지적하며 연대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로 이미지 회복에 투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전전으로는 국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다. 행동과 돈, 원조와 백신으로 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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