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WHO 팬데믹 선언 1년…백신 지재권 면제될까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오는 11일(현지시간)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꼭 1년이 된다.
팬데믹 선언 이후 누적 확진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는 약 260만 명 발생했다.
각국의 잇따른 봉쇄 조처로 잠시 주춤하는 듯하던 확진자는 최근 유럽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3차, 4차 유행이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행히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같은 제약사에서 백신을 개발했고,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배포도 시작됐다.
하지만 많은 인구가 백신을 맞아 집단 면역이 생기기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을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제조사에서 백신을 생산하거나 복제약을 만들게 해 생산량을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이를 본격적으로 이슈화한 곳은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지식재산권협정(TRIPS) 관련 조항의 일시적 면제를 통해 어느 나라든 특허 걱정 없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했다.
면제 기간은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시행되고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에게 면역이 생기기까지"다.
이 제안은 아르헨티나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주로 개발도상국 80여 개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국경없는의사회(MSF)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공공재라고 부르며 언론 브리핑 때마다 지재권 면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5일 브리핑에서 후전성면역결핍증(AIDS) 치료를 위해 과거 치료제 개발 제약사가 다른 제조사에 비독점 사용권을 준 적 있다고 상기시켰다.
지난 5일 브리핑에서는 "전례 없는 시기"라며 "지금이 지재권을 면제할 시간이 아니라면 언제이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 본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같은 선진국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데다 WTO의 기존 지재권 규정에 강제 실시(complusory license) 조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제 실시는 비상사태 시 특정 절차와 조건 아래 특허권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지재권 면제에 찬성하는 측은 강제 실시권의 실제 발동이 매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WTO는 오는 10∼11일 예정된 TRIPS 회의에서 인도와 남아공의 요청으로 코로나19 의약품과 백신에 대한 지재권 면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중 보건과 지재권을 둘러싼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단기간 내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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