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 쏘나타'는 옛말…대형차·RV 인기에 중형세단 밀려나
1∼2월 현대차·기아 중형세단 판매 21% 감소
쏘나타 판매 부진으로 아산공장 또 가동 중단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최근 대형 세단과 레저용 차량(R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민차' 쏘나타 등 중형 세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쏘나타를 생산하는 현대차[005380] 아산공장은 판매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말에 이어 이달에도 5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9일 현대차·기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쏘나타와 K5 등 중형 세단의 올해 1∼2월 판매량은 2만83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5천28대)에 비해 1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랜저, 제네시스 G80·G90, 스팅어, K7, K9 등 대형 세단은 3만798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8천806대)에 비해 6.9% 증가했다.
RV 차종은 7만3천810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4만7천635대)에 비해 54.9% 늘었다.
지난해에도 중형 세단의 판매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분석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 실적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중형 세단은 16만7천67대로 전년(17만1천358대)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 세단(KAMA 기준)은 27만2천29대로 전년보다 15.7% 늘었고, RV 차종은 71만8천295대로 12.0%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는 대형 세단 위주로 새로운 모델들이 많이 추가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차박(차+숙박)에 용이한 RV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형 세단의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의 완전변경 3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고급 대형 세단 라인업을 강화했고, 기아도 지난해 스팅어와 2021년형 K7과 K9을 출시했다.
2019년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그랜저는 지난 한 해 동안만 14만5천463대가 판매되며 4년 연속 베스트 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때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중형 세단은 전반적으로 모델이 노후화된데다 그랜저와 SUV 차종에게 밀려나면서 부진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차가 8세대 쏘나타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기도 했지만 쏘나타의 작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6% 감소한 6만7천440대에 그쳤다. 올해는 1월 3천612대, 2월 4천186대 등 총 7천798대 판매되며 연초부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재고 수준을 조절하기 위해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아산공장은 작년 말에도 쏘나타의 판매 부진으로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한 '쏘나타 N 라인'을 출시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판매 반등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형차는 지난해 11만8천673대가 판매되며 6.4% 감소했지만 올해 아반떼가 실적을 견인하며 판매가 반등하는 모양새다.
아반떼, 벨로스터, K3 등 올해 2월까지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한 소형차는 1만4천488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369대)에 비해 39.7%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소형차와 대형차의 양극화 구도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중형 세단이 대형차와 소형차의 '허리' 역할을 해왔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SUV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도 중형차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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