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꿈 접고 강제결혼하는 여아들 늘어난다…유니세프 경고

입력 2021-03-08 16:05
수정 2021-03-08 18:39
코로나에 꿈 접고 강제결혼하는 여아들 늘어난다…유니세프 경고

향후 10년간 여아 1억1천만명 미성년 조혼 전망

"경제 악화로 딸 강제결혼하는 가정 늘 것…즉각조처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부모님은 남자애가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서 구혼을 거절해선 안 된다고 했어요"

에티오피아 남곤다르에 사는 14세 소녀 아베바는 영국 BBC방송에 이같이 말했다.

아베바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안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모님과 오빠들이 어서 결혼해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라고 촉구했다.

다행히 지역 당국으로부터 상담 받은 부모님이 생각을 바꿔 아베바는 정략결혼을 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전 세계에서 여아들이 꿈을 포기하고 조혼하는 경우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10년간 아동 조혼이 1천만 건 더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앞으로 10년간 강제로 조혼하게 될 어린이가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에 따른 학교 폐쇄, 경제 악화 등으로 이 전망치는 1천만 명이 더해진 약 1억1천만 명으로 늘었다.

유니세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동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 때문에 여아들이 원치 않는 임신과 조혼을 막아주는 보건과 복지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가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딸아이를 결혼시키는 경우가 늘 수 있다고 유니세프는 경고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학교가 문을 닫고, 친구 등 지지 네트워크로부터 여아들이 고립되고, 가난이 심화하며 이미 심각한 상황이 더 악화했다"라고 우려했다.



미성년일 때 결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가정폭력과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할 위험이 크다. 이들은 가족·친지와 단절되고 지역사회 참여도 가로막혀 정신건강 역시 위협받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기준 전 세계에서 약 6억5천만 명의 여성이 미성년일 때 결혼했으며, 이 사례 중 절반가량은 방글라데시, 브라질,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났다.

2011년 이후 지난 10년간 성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의 비율은 15%가량 감소했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이런 진전이 퇴보할 수 있다고 유니세프는 경고했다.

포어 사무총장은 "아동 조혼으로 여아가 유년기를 강탈당할 위험을 낮춰야 한다"라면서 등교 재개, 복지지원 및 보건 서비스 접근권 확대 등 조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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