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가톨릭계 "'부활절 테러' 실제 배후 밝혀야"
진상조사 요구하며 '블랙선데이' 항의…미사서 신자들 검은 옷 입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불교도가 다수인 스리랑카의 가톨릭계가 2019년 2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활절 테러'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며 당국에 항의했다.
8일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요일인 전날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성 안토니오 성당 등에서는 '블랙 선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신자들 대부분은 검은색 옷을 입고 미사에 참여했다. 수녀들도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현지 가톨릭계는 당국이 '부활절 테러'와 관련해 전 대통령과 정보기관의 대응 실패에만 초점을 맞출 뿐 테러 배후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말콤 란지트 추기경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노력은 그 공격의 실제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가톨릭계만의 이슈가 아니다"라며 "모든 스리랑카인이 그 공격 이후 고통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당 밖에서 진행된 침묵 피켓 시위에는 일부 불교 승려를 비롯해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도 참여했다. 이들은 희생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리랑카에서는 2019년 4월 21일 부활절에 수도 콜롬보 등의 호텔 3곳과 성 안토니오 성당 등 교회 3곳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270여 명이 숨졌다.
이후 당국은 조사를 벌였고 최근 대통령 직속 특별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대통령과 정보당국 책임자들이 테러 방지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며 이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시리세나 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정보당국으로부터 미리 전달받고도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러 배후의 실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는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스리랑카 경찰은 2019년 7월 부활절 테러와 IS는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경찰은 IS를 추종하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와 JMI(잠미야툴 밀라투 이브라힘)가 테러를 주도했을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 아무도 처벌 받지 않은 상태다.
인구 2천100만명의 스리랑카에서는 불교도 비중이 약 70%로 압도적으로 크다. 이어 힌두교도(13%), 무슬림(10%), 가톨릭(6%)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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