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국 백신 판촉 위해 미국 코로나19 백신 헐뜯기"

입력 2021-03-08 11:58
수정 2021-03-08 13:27
"러시아, 자국 백신 판촉 위해 미국 코로나19 백신 헐뜯기"

정보기관 연계 매체 동원해 허위 정보 유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이 화이자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지로 러시아와 연계된 매체들을 지목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산하 해외 여론공작 대응 부서인 글로벌인게이지먼트센터(GEC) 관계자는 러시아 정보기관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매체에서 화이자 백신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GEC 측은 관련 매체로 '뉴 이스턴 아웃룩', '오리엔탈 리뷰', '뉴스 프런트', '레벨 인사이드' 등 4개 매체를 꼽았다.

GEC 관계자는 "이들 매체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직접 연계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모두 미국 밖에 기반을 둔 외국 소유 매체로 도달 범위와 어조, 청중이 다양하지만 러시아의 선전과 허위 정보 생태계의 일부"라고 말했다.

'뉴스 프런트'는 지난 1월 기사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얼굴 근육이 마비될 수 있다고 위험을 과장했다.

'뉴 이스턴 아웃룩'은 화이자 백신의 개발 기술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이 "급진적인 실험 기술"이라며 "실험용 백신을 몸에 서둘러 넣게 하는 것은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GEC 측에 따르면 '뉴 이스턴 아웃룩'과 '오리엔탈 리뷰'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등의 기관과 연계돼 있고, 이들 매체는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독자를 범주로 두고 있다.

크림반도에 위치한 '뉴스 프런트'는 10개의 언어로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방문자 페이지뷰가 900만 건에 달했다. 미국은 이 매체가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의 관할 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GEC 관계자는 또 '레벨 인사이드'가 러시아 정찰총국(GRU)과 연관돼 있고, 폭동과 시위를 취재해왔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들 매체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특별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비정부기관인 '민주주의 안전을 위한 동맹'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측이 화이자 백신을 폄하하는 것은 자국 백신 스푸트니크Ⅴ의 위상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의 파멜라 아이젤 대변인은 "현재까지 여러 국가의 규제당국 승인 아래 수백만 명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면서 "질문이 있는 사람들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웹사이트나 의료기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이런 의혹 제기를 부인했다.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WSJ과의 통화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백신에 대한 어떤 비판과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 정보기관의 노력으로 영자 매체를 통해 스푸트니크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식으로 반박했다.

관련된 매체는 WSJ의 관련 사실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