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외교장관 회견서 대만·홍콩 레드라인 재확인"
"외교장관, 협조 강조하며 중국 외교 관대함 보여줘"
SCMP "미국 자극하지 않으려 해…'늑대 전사 외교'와 거리 둬"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한종구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에 협력·소통과 함께 내정불간섭 원칙을 강조한 것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들은 '내정=레드라인'이라는 외교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8일 '중국 외교의 관대함을 보여 준 외교부장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왕이 부장의 전날 기자회견은 전 세계에 중국의 외교정책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중국은 상호존중, 평화공존, 내정불간섭을 존중하는 국가"라며 "왕이 부장의 답변은 우리가 얼마나 우호적이고 겸손한 국가인지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홍콩, 신장, 티베트 등 주권과 영토보전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 레드라인을 넘으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행을 버리라고 촉구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중국은 주권국가고, 홍콩과 신장 문제 해결책은 우리에게 있다"며 "이기적인 전략을 가진 미국은 세계를 대표할 수 없으며 우리의 손실과 이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이 부장이 '늑대 전사 외교'와 거리를 두면서 바이든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또 왕이 부장이 미국과의 대화·협력을 강조했지만, 미중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쑤(顧肅) 난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SCMP에 "왕이 부장은 미 새 행정부를 공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분명했다"면서 "그의 발언은 냉철했고 이성적이었으며, 중국이 트럼프 전 행정부를 공격했을 때와 확연히 대비됐다"고 말했다.
팡중잉(龐中英) 중국해양대학 교수는 "예상 가능한 시점에 중미 관계가 정상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설사 중미가 기후변화에서 협력하더라도 미국은 다른 이슈에서는 다른 태도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이 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중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말에 양국이 솔직한 소통을 통해 전략적 오판을 막고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 침해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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