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수치가 로힝야 학살…중국괴뢰 되기싫어 쿠데타"

입력 2021-03-08 09:41
수정 2021-03-08 14:21
미얀마 군부 "수치가 로힝야 학살…중국괴뢰 되기싫어 쿠데타"

쿠데타·유혈진압 이미지 세탁하려 로비전 착수

무가베 등 독재정권 전담하던 이스라엘 공작원 영입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 세력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스라엘계 국제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군부는 "이 나라의 실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아리 벤메나시(69)를 로비스트로 영입했다.

벤메나시는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 전직 요원으로, 짐바브웨 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수단 군부정권 등과 계약을 맺었으며 베네수엘라, 튀니지, 키르기즈스탄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에게 승리하기 위해 이란 세력과 짜고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지 않기로 모의했다고 폭로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벤메나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액을 받고" 미얀마 군부와 계약을 맺은 것이 맞는다면서 이들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해제될 경우 추가금을 받기로 한 사실도 공개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평화시위를 탄압했다면서 군 관계자 일부에게 미국 내 자산동결, 입국 금지 등 제재를 내리고,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기업 4곳을 수출 규제 명단에 올렸다.

벤메나시는 이어 자신이 소속된 컨설팅 회사 '디킨스 & 매드슨 캐나다'가 미얀마 군부 세력과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소통을 돕기 위해 고용됐다고도 전했다. 당시 미얀마 군부 측은 "이들 국가가 우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 세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메시지 중에는 이들이 지난달 1일 쿠데타로 구금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벤메나시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수치 고문이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이 관여돼 있다면서 "로힝야족을 핍박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아웅산수치였다"고 말했다.

이슬람교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 2017년 경찰 초소를 공격했다가 군대에 대대적으로 토벌당했다. 이 과정에서 군의 집단 성폭행, 학살 등이 벌어져 로힝야족 수십만 명 이상이 배를 타고 탈출했으나 바다에서 집단 익사하는 등 비극이 이어졌다.

당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은 로힝야족 문제를 방관하고 군을 두둔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방관에 그치지 않고 이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또 벤메나시는 수치 정권이 중국과 가까워지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가까이 지내기보다는 미국 등 서방 사회로 전향하려는 (군부 세력의)움직임이 실제로 있었다"면서 "이들은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 세력이 쿠데타 당시 "수치 정권이 부정선거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벤메나시는 선거가 조작됐음을 보여줄 증거가 있으며, 소수 민족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지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벤메나시는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으며, 현재 미얀마 시위는 군대가 아닌 경찰이 대응하고 있다고도 전했지만 현지에서 찍힌 사진과 영상에는 무장한 군대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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