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진영이 룰라 전 대통령에 미련 못버리는 이유는
2022년 대선주자 10명중 유일하게 보우소나루에 잠재득표율 앞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2022년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 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잠재득표율 조사에서 좌파 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선두를 차지했다.
특히 10명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의 잠재득표율이 유일하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사실상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태임에도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좌파 진영으로서는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컨설팅 회사인 IPEC가 시행한 이 조사는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포함해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10명을 모두 대상으로 했다.
잠재득표율은 룰라 50%, 보우소나루 38%로 나왔다. 권력형 부패 수사를 이끈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이 31%로 뒤를 이었고 나머지 주자들은 30%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적으로 떠오른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15%에 그쳤다.
룰라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부패 혐의로 선고된 실형이 취소되면 피선거권을 회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킹 메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날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와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진보 성향 후보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 국민은 선한 사람에게 투표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차기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패배하고 진보 후보가 승리할 것이며 노동자당 후보가 승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룰라는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아 2018년 4월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수감 상태에서도 2018년 대선 출마를 위한 법정 투쟁을 계속했으나 연방선거법원은 같은 해 8월 31일 특별회의를 열어 다수 의견으로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룰라는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대타로 내세웠으나 그해 10월 말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에게 패했다.
이후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룰라는 수감 580일 만인 2019년 11월 8일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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