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선거제 개편 공식화…"외국세력 개입 막아야"

입력 2021-03-05 15:29
중국, 홍콩선거제 개편 공식화…"외국세력 개입 막아야"

"홍콩의 번영·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허점을 메워야"

입후보자 자격 심사 강화…"선거 의미 없어질 수도" 비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 전면 개편을 공식화하면서 외국 세력의 홍콩 개입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연례회의에서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은 홍콩의 선거제 개편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부 외국 세력이 홍콩 선거제의 허점을 이용해 홍콩 문제에 개입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그러한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홍콩 특색 민주적 선거제 확립 필요"

왕 부위원장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선거제 개편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부응하고 홍콩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며 홍콩 정부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선거제의 허점으로 반대파들이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고 외세의 개입을 호소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제의 위험요소는 제거돼야 하며 홍콩 특색의 민주적 선거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인대의 10가지 의제 중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초안 심의가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 "행정장관 선거인단·입법회 친중 세력 확대"

중국 당국이 구체적으로 홍콩 선거제를 어떻게 손볼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홍콩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수가 1천200명에서 1천500명으로 늘어나고,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 수가 70명에서 9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선거인단에서 구의회 의원 몫의 117석이 없어지는 대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단 등 친중 세력 몫이 400여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입법회 의석 중 구의회 의원에게 할당됐던 5석도 없어지고, 고위관료들이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입법회 의원 30명을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뽑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입법회 선거가 또다시 1년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선거인단 선거가 오는 12월에 열릴 예정이라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를 치르는 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홍콩은 지난해 9월6일 입법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선거 한달 전에 1년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홍콩에서 구의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다. 그러나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압승을 거둔 후 중국 정부가 풀뿌리 민심을 대변하는 구의회 손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전인대가 다시 한번 홍콩 특별행정구의 문제 해결을 도울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의 선거제는 중국 중앙정부 지도력 완성을 위한 핵심 과제라면서 전인대가 홍콩 선거제에 대해 숙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 "홍콩보안법 제정한 방식으로 선거제 빠르게 개편"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 주석은 명보에 "홍콩 선거제가 더 개방되고 투명해져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선거를 통해 표출되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중국 중앙정부가 법률 개정에 필요한 5단계조차 또다시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인 홍콩법안의 발효 및 시행은 여론 수렴과 홍콩 입법회의 의결 등 5단계의 절차를 거치지만, 그런 단계를 건너뛰고 선거제가 바뀔 것이라는 지적이다.

명보는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때와 같은 방식으로 홍콩의 선거제가 개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보안법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입법 절차를 대신 수행하고 홍콩 정부에서 기본법 부칙에 삽입하는 '패스트 트랙'으로 제정됐다.

지난해 6월 30일 전인대 상무위가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킨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곧바로 법안을 공포했다.



◇ "홍콩 선거 의미 없어질 수도"…"범민주 후보 막는 것 아냐"

홍콩대 법대 요하네스 찬 교수는 이날 홍콩 공영방송 RTHK에 "입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강화해서 정부가 선호하는 사람들만 출마할 수 있다면 홍콩에서 선거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찬 교수는 "선거가 필요한 이유는 후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핵심은 선출직 수가 몇명이냐가 아니라 선거가 공정하고 개방적으로 진행되느냐이다"고 말했다.

그는 "입후보 문턱이 높아질수록 선거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시민들은 정부가 선호하는 후보밖에 나오지 않아 선택권이 없어지면 선거에 무관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구성원인 로니 퉁은 입법회 의석이 늘어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입법회에 진출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범민주진영의 선거 출마를 막을 것이라는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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