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유별난 꽃사랑' 장미·튤립 24시간 팔아요

입력 2021-03-06 08:07
[에따블라디] '유별난 꽃사랑' 장미·튤립 24시간 팔아요

3월 8일 여성의날 전후가 '대목'…선물용 불티나게 팔려

경제위기 여파로 꽃 대신 생필품 선물하는 사람들도 늘어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밀리온 밀리온 알리흐 로즈(Миллион алых роз)∼."

한국인들의 귀에도 익숙한 러시아 노래 '백만 송이 붉은 장미'의 한 대목이다.

러시아의 대중가수인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노래로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진 노래였는데 여기에 새로운 가사를 붙여 푸가초바가 부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수 심수봉이 번안곡을 불러 유명해졌다.

백만 송이 붉은 장미 가사의 주제는 사랑이다.

한 화가가 붉은 장미를 이용해 여인에 구애하지만 끝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노랫말처럼 러시아인들에게 있어서 꽃은 사랑과 존경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필수품이다.

찾는이가 많다보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가게까지 존재한다.

바로 24시간 꽃 판매점이다. 러시아에서는 공휴일인 '여성의 날'(3월 8일)을 전후해 꽃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남성들은 이날 아내나 딸, 어머니 등 자기가 아는 여성들에게 꽃을 선물한다.

여성의 날을 앞둔 4일 기자가 찾은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 있는 24시간 꽃 판매점에서 대목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백만송이 붉은장미.

판매점 직원들은 쏟아지는 주문으로 쉴 틈 없이 손을 움직였다.

7년간 24시간 꽃 판매점에서 일했다는 알료나(37)는 "발렌타인 데이(2월 14일)와 여성의 날이면 꽃 판매가 평소보다 20∼30% 증가한다"면서 정신없이 꽃들을 옮겼다.

가격은 보통 커다란 장미꽃 한송이에 250루블(3천700원)한다고 했다.

또다른 24시간 판매점에서 일하는 바실리사(20)는 "일반적으로 붉은색 장미를 많이 구입해간다"면서 "24시간으로 운영해도 수익은 꾸준히 난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매체인 RBC는 현지 통계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절화(자른 꽃) 판매가 15억 8천만 송이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꽃보다는 실질적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선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국의 화훼업체들 역시 러시아의 꽃 소비문화에 주목, 현지 시장진입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화훼의 형태가 상이하고 수요가 몰리는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신재훈 aT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장은 한국 내에서 화훼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에 이를 타개할 대책으로 러시아 시장을 바라보는 것보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산에 대한 수요를 늘려가려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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