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진 "알츠하이머 유전자 보유자, 콜린 충분히 섭취해야"
APOE 4 변이형 뇌세포 손상 경로, 콜린 억제 효과 확인
달걀·육류·생선·콩 등 풍부…'사이언스 중개 의학'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의 최대 위험 요인은 APOE 4 유전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약 절반이 이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APOE 4 유전자가 뇌세포의 지질 대사 및 스트레스 반응 능력을 손상하는 분자 경로가 처음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세포와 효모균 실험을 통해, 비타민 B 복합체인 콜린(choline)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런 손상 결과를 상당히 많이 반전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자연 상태의 콜린은 달걀, 육류, 생선, 콩, 견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최소 권장 섭취량은 하루에 남성 550㎎, 여성 450㎎이지만, 대부분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게 현실이다.
이 연구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피카우어 학습 기억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3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인간의 APOE(아포지질단백질 E) 유전자엔 APOE 2·3·4 등 3종이 있는데 APOE 4만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커지는 것과 연관성을 보인다. APOE 4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약 14%로 추정된다.
APOE 2는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방어적이며, 가장 흔한 APOE 3는 중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OE는 지질 대사에 관여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MIT 연구팀은 APOE 3 또는 APOE 4 유전자를 가진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들어 성상교세포로 분화하게 유도했다. 뇌에 발현하는 APOE는 대부분 성상교세포가 만든다.
그런데 APOE 4를 가진 성상교세포는 지질 대사 과정에서 APOE 3 세포와 전혀 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많은 양의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이 축적됐고, 트라이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s)가 함유된 지질 방울도 많이 생겼다.
콜레스테롤과 트라이글리세라이드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혈중 성분이다.
APOE 4 성상교세포가 일으키는 이런 변화는 뇌세포 내부의 정상적인 지질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런 APOE 4 의존 지질 교란은 뇌의 다른 주요 세포인 소교세포에서도 관찰됐다.
뇌세포의 '지질 항상성'(lipid homeostasis)이 무너지면 세포 내 교환, 세포 내 소포성 교환(vesicular trafficking), 세포 이물 흡수(endocytosis) 등에 악영향을 미쳐 세포의 많은 핵심 기능이 훼손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지질 균형은 뇌세포의 스트레스 흡수 능력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공동 제1 저자인 줄리아 매브 보너 박사후연구원은 "지질 균형이 깨진 뇌세포는 이미 지질 조절 장애가 심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흡수 능력도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APOE 4를 발현하게 조작된 효모균의 유전자 검사에서, 인지질(세포막의 핵심 성분)생성 분자 경로를 활성화하면 APOE 4 보유 세포의 결함이 일부 되돌려진다는 게 확인됐다.
이는 APOE 4가 인지질 합성을 자극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영양이 풍부한 배양액(growth medium)에 APOE 4 효모균을 넣으면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에 주목했다.
세포가 인지질을 만들 때 쓰는 콜린이 바로 이런 작용을 했다. 아세틸콜린에도 들어 있는 강한 염기성의 콜린은 신경의 흥분 전달에 관여한다.
실제로 인간의 APOE 4를 가진 성상교세포에 콜린을 적용해 인지질 합성을 촉진하면 콜레스테롤 및 지질 방울 축적 등이 많이 줄어들었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피카우어 연구소의 차이 리-후에이(Li-Huei Tsai) 소장은 "APOE 2나 APOE 3 보유자라면 콜린 섭취가 부족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APOE 4 보유자는 콜린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을 경우 몹시 나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APOE 4 유전자를 발현하게 조작한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 콜린의 증상 개선 효과를 시험할 계획이다.
물론 최종 목표는 인간 임상 시험을 거쳐 콜린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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