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판 앞둔 이재용 부회장…옥중 재판준비 '올인'

입력 2021-03-04 08:52
또 재판 앞둔 이재용 부회장…옥중 재판준비 '올인'

일반 접견 허용됐지만 가족·경영진 면회 안받고 변호인만 접촉

내달까지 상속세 문제도 해결해야…미국·평택 등 투자 지연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고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또 다른 법정다툼인 경영권 불법승계 관련 재판이 이달 11일부터 재개된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반도체 투자결정은 물론 다음달까지 상속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이 부회장은 현재 옥중에서 삼성 경영진은 물론 가족들의 면회도 받지 않고 재판 준비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재계와 삼성에 따르면 의왕구치소에 수감중인 이 부회장은 현재 변호인단과 접촉하면서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차례 연기됐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에 대한 재판의 공판 준비기일이 이달 11일로 잡힌 까닭이다.



앞서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기획한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1명을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크게 3가지로, 이 부회장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주가, 회계조작 여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판결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가 있던 1월 18일 입소한 뒤 지난달 15일 4주간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격리가 끝나 일반 접견이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 경영진은 물론, 가족들의 면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접견이 허용돼도 방역 문제로 인해 일주일에 1번, 10분으로 면회가 제한되는 데다 무엇보다 재판 준비가 가장 시급한 문제여서다.

이 부회장은 다음달 말까지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과 관련해 유족간 상속세 납부방안도 마련해야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현재 이건희 회장 명의의 부동산과 미술품 등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문화재와 미술품 등 일명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상속세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고가의 미술품을 매각할 경우 소장품들이 결국 해외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에서다.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문화재, 미술품을 박물관 등에 기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속세 조달을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재판 준비 등으로 인해 가족들 면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미술품을 포함해 상속 재산 분배와 상속세 조달, 납부 방식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과 평택 공장 추가 투자 등 굵직한 현안 검토와 의사결정도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스틴 공장은 지난달 현지의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2주 이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일방적으로 전기 공급을 중단해 공장을 세운 오스틴에서 추가 인센티브를 받지 않는 이상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사인을 해줄 이 부회장이 재판 준비에 상속 문제까지 겹쳐 있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결정이 지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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