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 마스크 의무화 폐지에 보건 전문가들 우려
"성급한 규제완화, 변이가 번성할 대형 배양접시 제공하는 꼴"
CNN "트럼프 떠난 뒤에도 과학과 정치 간 결투 끝나지 않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州)와 미시시피주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면서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염성이나 치명률이 더 높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이런 성급한 규제 완화는 변이가 창궐할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인 2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고 모든 사업장·점포에 대해 정원의 100%까지 손님을 받아 영업하도록 허용했다.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 역시 같은 날 똑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두 주지사는 모두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와 입원 환자의 감소 등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백신 보급이 확대되는 점을 완화 조치의 이유로 들었다. 두 사람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6만명 선을 유지하고 2천여명이 숨지는 가운데 이런 조치가 성급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들 2개 주는 인구수 대비 신규 코로나19 환자 수에서 상위 10위권에 드는 고위험 주라고 WP는 지적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의 보건국장 필립 황은 "여전히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성급한 보건 규제 완화가 새로운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성하는 데 필요한 대형 배양 접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의 효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텍사스나 미시시피 같은 주가 자체 주민뿐 아니라 다른 모든 미국인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CNN은 지적했다.
조지워싱턴대학 의학 교수 조너선 라이너 박사는 "이것은 거대한 실수"라며 "우리는 이 영화를 이미 본 적 있고 그것은 좋게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텍사스주가 앞장서 경제를 재가동했다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앙이 됐던 일을 꼬집은 것이다.
리애나 웬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는 "그저 무책임하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놀라운 일들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며 마스크 의무화가 오히려 학교를 열도록 하고 사업체가 자립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 산하 지방정부의 민주당 지도자들도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댈러스카운티의 행정 책임자인 클레이 젠킨스 저지는 애벗 주지사가 겨울폭풍 때 정전·단수 사태를 유발한 실패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젠킨스 저지는 "여러분은 의사와 사실, 과학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주지사가 합법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라고 트위터에 썼다.
CNN은 "워싱턴(미 행정부)과 몇몇 주 사이의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과학과 정치 간의 결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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