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측, 군부에 반격하나…특사 이어 장관도 독자 임명
'합법성 없다' 메시지 국제사회 발신…'세손가락 경례' 주유엔 대사도 힘 보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긴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측이 특사에 이어 각료를 자체적으로 임명하는 등 군사 정권에 반기를 드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한 군경의 무차별적인 유혈 진압에 대한 전세계 비난이 커지는 상황에서, 군사정권이 합법성·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지원을 호소하는 전략이다.
군정이 무효를 선언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수치 고문측 의원들의 모임인 CRPH(연방의회 대표 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쿠데타로 인해 문민정부 내각이 활동을 못 하게 된 만큼, 장관 대행 4명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문민정부 2기 장관들을 즉각 해임하고 군정 장관들을 임명한 데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CRPH는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인사 3명을 외교부 등 6개 부처 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중요한 역할을 한 조 와이 소 양곤 제1의대 총장이 3개 부처 장관 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조 와이 소 총장이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군정 아래에서 공직을 맡기를 거부했으며, 현재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 중인 인사라고 전했다.
CRPH는 쿠데타가 발생한 뒤 지난달 5일 합법 정부 지원을 표방하며 구성됐고, 현재 17명이 지난해 총선에서 NLD 소속으로 당선된 이들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앞서 CRPH는 지난달 22일 자선 의료재단을 운영하는 의사인 사사를 유엔 특사로, 1990년대 민주화를 위한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틴 린 아웅을 국제관계 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국제기구 및 외국 정부와 소통을 위해 틴 린 아웅이 거주하는 미국 메릴랜드주(州)에 국제관계 사무소도 개설하고, 국제사회에 군정이 아닌 CRPH와 공식적으로 소통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 즉각 종식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한 연설로 외교가에 파문을 던진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도 CRPH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초 모 툰 대사가 연설을 마치며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널리 퍼진 '세 손가락' 경례를 한 모습은 전 세계에 화제를 모았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 나온 것을 차용한 것으로,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지만,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수치의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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