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장, '성폭행 혐의' 남성에게 "피해자와 결혼 어때"
'부부간 성폭행' 부정 발언도…네티즌 "여성 존엄 경멸" 비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대법원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어떠냐고 의사를 타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샤라드 A. 봅데 대법원장은 전날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해당 여성과 결혼하지 않을 경우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인 이 피고인은 한 여성을 여고생 시절부터 수년간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대법원에서는 피고인이 낸 보석 요청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대법원의 제안에 대해 이 남성은 "처음에는 (그 여성에게) 청혼했지만, 지금은 그녀와 결혼할 수 없다"며 "현재 (다른 이와) 결혼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성폭행범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자이비르 셰르길은 트위터에 "대법원장의 그런 제안은 여성의 안전과 존엄에 대한 경멸"이라며 "동시에 해당 언급은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경찰의 사기를 훼손한다"고 썼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대법원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도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대법원은 이날 또다른 청원 심리에서는 지속적인 동거 기간에 이뤄지는 섹스는 성폭행이 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심리에서는 한 여성이 결혼을 약속한 남성으로부터 잔혹하게 성적으로 학대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남성은 동거하던 여성이 관계가 나빠지자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봅데 대법원장은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로 살아갈 때 남편이 잔혹하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 사이의 섹스를 성폭행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부간 성적 학대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봅데 대법원장의 이 발언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 루치 앙리시는 "아내의 동의가 없다면 그것은 부부간 성폭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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