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평화합의 1주년…미국 5월까지 철군 약속 지켜야"

입력 2021-03-01 09:42
탈레반 "평화합의 1주년…미국 5월까지 철군 약속 지켜야"

美바이든 정부, 평화합의 내용 재검토…"성급한 철군 없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반군 탈레반은 미국과 평화합의 체결 1주년을 맞아 "5월 1일까지 모든 국제동맹군의 철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1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작년 2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체결한 '평화합의' 1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전날 발표했다.

탈레반은 "역사적인 평화합의 1주년을 축하한다. 이 합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20년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며 "탈레반군 포로 5천명과 연합군 포로 1천명이 석방됐고, 아프간 정부와 내부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 내부 협상이 6개월 동안 지연되고 있으나 이는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포로 석방과 아프간 내부 협상의 시작은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탈레반은 "국제동맹군 철수 약속 이행과 함께 남은 수감자를 석방하고, 블랙리스트에서 이름을 삭제하라"며 "아프간 내부 협상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실질적 조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탈레반은 "만약 (평화협상 이행이 아닌) 다른 대체 방안을 찾으려 하면 실패할 것"이라며 "평화 합의는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결과는 모든 당사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당시 아프간을 지배하던 탈레반이 거부하자 나토 등 동맹국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동맹군은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지만, 탈레반의 저항에 따른 장기전으로 비화했다.

작년 2월 29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에서 14개월 내 미군 등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 조직 활동 방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다.

이후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당시 1만2천 명에 달했던 미군을 현재 2천500명으로 줄였다.



외국군이 모두 빠져나가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국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에 국제적 우려가 크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평화 합의 내용을 재검토 중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중순 열린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성급하거나 무질서한 철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맹국들을 안심시켰다.

탈레반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거듭해서 "5월 1일 철군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해왔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은 지난해 아프간 내전과 테러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수가 8천820명(사망자는 3천35명)으로, 전년보다 15% 가량 줄었지만 아프간 내부 협상이 시작된 이후인 작년 4분기의 사상자 수가 오히려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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