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총리-군부 갈등 심화…총리-대통령 대결로 확대(종합)
'총참모장 해임' 총리 제청 대통령이 거부…총리 "해임안 다시 낼 것"
(이스탄불·모스크바=연합뉴스) 김승욱 유철종 특파원 =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전한 아르메니아의 정국 불안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군부가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총리가 대통령에게 총참모장의 해임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은 총리의 요청을 거부했다.
27일(현지시간) AP·AFP·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멘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니콜 파쉬냔 총리의 오닉 가스파랸 총참모장 해임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총참모장) 해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헌법상 권한의 틀 안에서 해임제청안을 반려했다"며 "인물 교체만으로는 정치적 위기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번 주 초 파쉬냔 총리는 지난해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 기간 중 아르메니아군이 사용한 러시아제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을 해임했다.
그러자 총참모부는 지난 25일 파쉬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파쉬냔 총리는 '군부의 쿠데타 시도'라고 강력 비판하며 가스파랸 총참모장 해임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헌법에 따르면 총참모장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파쉬냔 총리의 총참모장 해임 제청이 대통령에 의해 일단 기각됐으나 파쉬냔은 해임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가 거듭 제청하면 대통령은 3일 내에 해임안에 서명하든지, 아니면 헌법재판소에 해임안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해야 한다.
총리는 동시에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3월 1일 수도 예레반 시내에서 열릴 시위에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고 국가 안보를 사익에 종속시키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지난해 11월 파쉬냔 정부가 아제르바이잔과 항복에 가까운 평화협정에 서명한 이후 석 달 이상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수도 예레반에 약 5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파쉬냔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해 전쟁에서 아르메니아는 인구가 세 배 많은 아제르바이잔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결국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평화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오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주요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줬으며, 향후 5년간 러시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데 동의했다.
한편 러시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3국 부총리는 3월 1일 나고르노-카라바흐 휴전 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제4차 실무그룹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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