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한달] ① '미얀마의 봄' 유혈사태…국제사회, 군부 압박
실탄 발포로 10대 등 수명 사망…시민불복종·총파업·SNS 호소
수치 재판도 변수…국제사회 제재 여부·아세안 해법 모색 주목
※편집자 주 =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가 1일로 한 달을 맞습니다.
군부가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문민정부를 무너뜨린 데 반발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군경이 유혈진압으로 강경 대응하면서 미얀마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군부를 겨냥한 국제사회의 압력과 사태해결 노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 추이와 향후 전망을 정리합니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의 봄'이 총과 군홧발에 짓밟힌 지 내달 1일로 한 달이 된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고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까지 발사하며 수 명의 사망자를 낸 데 이어 유혈진압을 경고하는 등 강경한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미얀마 국민은 시민불복종 운동(CDM)과 거리 시위, 소셜미디어(SNS)로 맞서며 '봄의 혁명'(Spring Revolution)에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얀마 시민이 저항 동력을 유지하느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군정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향후 미얀마 상황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작년 총선은 부정 선거" 주장하며 문민정부 2기 첫날 쿠데타
군부는 지난 1일 새벽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문민정부 인사들을 전격 구금했다. 문민정부 2기를 시작하는 의회 개원일이었다.
군 출신 민 쉐 부통령을 대통령 대행으로 내세워 군으로 권력을 이양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국영매체를 통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졌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렸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권력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문민정부와 5년간의 '불편한 동거' 기간 반세기 넘게 독점해 온 권력과 부가 줄어들었다는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NLD가 선거에서 또 압승하면서 군인들이 스스로 만든 민간 통치에 대해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시민불복종 운동·거리 시위·SNS로 장갑차에 맞서
미얀마 국민은 쿠데타 이틀째부터 냄비나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저항을 시작했다. 악마를 쫓아낸다는 의미다.
첫 주말인 6일부터 최대 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 등시에서 거리 시위가 시작된 뒤 규탄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2222(2021년2월22일을 의미) 총파업'에는 전역에서 수 백만명이 참여했다.
쿠데타 이후 의료진이 주도한 시민불복종 운동(CDM)은 군정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 군부가 연일 처벌을 경고하는 이유다.
철도와 조선 등 기간산업에다 병원과 은행 등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 종사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SNS다. 군부 가짜뉴스에 대항해 실상과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다.
군부가 과거처럼 무자비한 유혈 진압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SNS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군부는 국민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를 차단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태어나 소셜미디어 사용에 능수능란한 이들을 일컫는 이른바 'Z세대'는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며 SNS라는 창을 열어젖히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Z세대는 더 많은 자유와 번영, 첨단 기술 속에서 자랐다"라며 "이들은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막 수립된 자유를 파괴하고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평했다.
◇ 시대변화 못읽는 군부…점점 짙어지는 유혈 진압 기류
미얀마 군부는 1988년 학생 주도 민주화 운동과 2007년 불교계 중심의 반군사독재 시위인 저항한 '사프란 혁명' 당시 무자비한 유혈 진압을 자행했다.
이번에도 군부는 우려했던 대로 시간이 흐르면서 폭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9일 네피도에서 시위에 참여한 20세 여성이 경찰 실탄에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매다 열흘 만에 숨졌다.
20일에는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총기를 발사해 10대 소년을 포함,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양곤 외곽에서는 심야 자경단원이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매일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인터넷을 차단하는 군정 조치도 이제는 일상화했다.
군부는 인터넷이라는 '불빛'을 강제로 꺼놓고 암흑 속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트위터에서 "군정에 경고한다. 1988년과는 달리, 군경이 저지르는 행동들은 녹화되고 있으며, 당신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내주 재판 예정 수치 추가 기소?…국제사회 압박·'아세안 해법' 주목
내주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과, 국제사회의 대응 기류는 쿠데타 한달 이후를 가를 중대 변수다.
수치 고문은 쿠데타 직후부터 수도 네피도에 가택 연금 됐었다. 현지 매체는 수치 고문이 최근 모처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그는 3일에 불법 워키토키를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기소됐고, 16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조치를 지키지 않은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추가 기소됐다.
화상 심문이 내달 1일 열릴 예정이다. 또 다른 범죄 혐의를 뒤집어쓸 수도 있지만, 현재 혐의만으로도 그는 군부가 공언한 1년 뒤 새 총선에 참여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군정이 지명한 연방선관위도 NLD 압승으로 귀결된 작년 총선 결과를 공식적으로 무효로 선언했다.
NLD 고사 작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23일 프랑스24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는 다음 선거를 어떻게 가져갈지 책략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아마 NLD 인사들을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정한 경기'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점을 잘 아는 군부가 수치 고문 및 NLD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경우, 민심의 분노가 더 강하게 폭발할 수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법정에 서게 될 때마다 거리의 시위대는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연합(EU)으로 이어진 제재 움직임이 어디까지 확산할 지도 관건이다.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단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세계은행도 미얀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여겨지는 중국이 여전히 이런 움직임에 거리를 두고 있어 군부가 압박에 굴복할지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 주도 하에 아세안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내달 2일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아세안 대표단 참관 하에 '공정한 총선'을 실시하자는 게 인도네시아 복안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미 나왔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쿠데타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버트슨 HRW 부국장은 "국제사회는 아세안이 행동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금주 초 전세계 비정부기구(NGO) 130여개가 함께 제안한 것처럼 미얀마 군과 경찰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하는게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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