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만달레이서 또 폭력 진압…군정 선관위 "작년 총선 무효"(종합)
만달레이 4명 부상, "실탄에 다리 맞아"…양곤서 경고사격·섬광수류탄까지
日프리랜서기자 체포됐다 석방…쿠데타 명분 정당화속 "아세안장관 내주 회동"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경이 26일 최대 도시인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등에서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또다시 무력을 사용했다.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양곤 도심에서 시위대가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자 허공에 경고사격을 한 뒤 진압에 나서 수 십 명을 체포했다.
최소 한 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일본인 프리랜서 기자도 체포됐다가 곧 석방됐다. SNS에는 경찰이 경찰봉으로 이 프리랜서의 목을 감는 듯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경찰은 전날 밤에도 양곤 시내 탐웨 지구에서 군정의 지역관리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경고 사격에 이어 섬광 수류탄까지 터뜨렸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그동안 수도 네피도나 만달레이에 비해 군경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았던 양곤에서 연이틀 경찰이 폭력 진압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2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부상했던 만달레이에서는 이날도 군경의 고무탄과 새총 등에 맞아 아동 1명을 포함해 3~4명이 부상했다.
SNS에서는 이 중 한 명이 실탄에 다리를 맞았다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만달레이에서는 이날 기술진과 의료진 가족 수 천 명이 거리로 나서 쿠데타 규탄 구호 등을 외쳤다.
한편 미얀마 군정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 결과를 이날 공식 무효화했다.
군정이 임명한 테인 소 연방선관위원장은 네피도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에서 "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2020 총선 (승리) 결과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테인 소 위원장은 유권자 명부가 실제와 맞지 않는 등 부정한 선거였기 때문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53개 정당측이 참석했지만 NLD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NLD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유권자를 모독한 것이라면서, 군부가 선관위를 새로 구성할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군정 선관위가 작년 총선 결과를 무효라고 선언한 것은 쿠데타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졌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렸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정권을 잡았다고 주장해 왔다.
1년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재실시하기에 앞서 NLD 고사 작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차원의 외교적 해법이 '아세안 참관 하의 새 총선 실시'라는 의혹도 있는 만큼, 군부가 이를 위한 터 닦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교도 통신은 아세안 소식통을 인용해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내달 2일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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