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영개입' 논란 브라질 국영 에너지기업 실적 양호

입력 2021-02-26 09:14
'대통령 경영개입' 논란 브라질 국영 에너지기업 실적 양호

페트로브라스 작년 4분기 수익 12조원으로 사상 최다

교체 예정 CEO "시장경제에 남으려면 시장가격 존중해야"…대통령 비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경영에 개입하면서 논란이 된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지난해 4분기 수익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경제조사기관 에코노마티카는 전날 페트로브라스가 지난해 4분기 599억 헤알(약 12조3천억 원)의 수익을 기록해 상파울루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분기별 수익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635% 늘어난 것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이라고 에코노마티카는 전했다.



이에 대해 호베르투 카스텔루 브랑쿠 최고경영자(CEO)는 "누구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으며 회사 경영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익 증대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교체하기로 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9일 페트로브라스의 연료 가격 결정 방식을 비판하면서 카스텔루 브랑쿠 CEO를 군 장성 출신 조아킹 시우바 이 루나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스텔루 브랑쿠를 내치고 에너지 분야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CEO에 임명한 것을 두고 금융시장은 물론 집권 세력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융시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에 이어 다른 공기업 경영진도 손 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현 정부가 내세워온 자유주의 경제 어젠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스텔루 브랑쿠는 대서양 심해유전 개발과 부채 축소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는 등 시장 친화적 인물로 평가돼 왔다.

그는 "브라질이 시장경제에 남으려면 시장가격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 연료 가격 결정을 비판하며 경영에 개입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판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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