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국' 아르메니아 군, 총리 퇴진 요구…총리는 "쿠데타" 반발(종합)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수도서 집회…교통 마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지난해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전한 아르메니아가 극도의 정치적 혼란에 휩싸였다.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제1 부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하자 총참모부가 파쉬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파쉬냔 총리는 '군부의 쿠데타'라며 분노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총참모부는 아제르바이잔 전쟁의 패전과 이후의 정치적 혼란 등을 이유로 파쉬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파쉬냔 총리가 이번 주 초 티란 하차트랸 제1 부참모장을 해임한 데 대한 반발로 합참 수뇌부 대부분이 총리 사퇴 요구에 동참했다.
파쉬냔 총리는 합참의 성명을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하고 오닉 가스파랸 총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파쉬냔 총리는 군부에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을 촉구했으며,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가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파쉬냔 총리는 공화국 광장에 모인 2만명 이상의 지지자들 앞에서 "사퇴를 고려했지만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 의지만으로 총리가 된 것이 아니라 국민이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나를 물러가게 하거나 그렇게 못하겠다면 이 광장에서 나를 쏘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태가 폭발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예기치 못한 결과들로 가득 차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인근의 자유 광장에서는 반정부 시위대 2만여 명이 모여 파쉬난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배신자 니콜", "니콜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수도 예레반의 교통이 마비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르메니아의 정치적 혼란이 고조하자 러시아는 이를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려를 갖고 아르메니아 상황 전개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캅카스 지역에 있는 러시아의 가깝고 중요한 동맹국인 아르메니아 내부 문제라면서도 "우리는 모두가 냉정을 되찾길 호소한다. 상황은 헌법의 틀 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러시아가 아르메니아 정국 혼란 해결을 위한 중재자가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난해 11월 서명된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해결 3자 합의 조항들의 추가적 이행이 아주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쿠데타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군부의 총리 사퇴 요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지난해 11월 10일 파쉬냔 정부가 아제르바이잔과 항복에 가까운 평화협정에 서명한 이후 석 달 이상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지난 9월 27일부터 44일간 격전을 치렀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았다.
지난 해 전쟁에서 아르메니아는 인구가 세 배 많은 아제르바이잔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결국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평화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주요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줬으며, 향후 5년간 러시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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