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 0.3%p 올렸지만…기준금리는 동결(종합2보)

입력 2021-02-25 11:16
수정 2021-02-26 16:42
한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 0.3%p 올렸지만…기준금리는 동결(종합2보)

경기개선·유가상승 등에 소비자물가 1.0%→1.3%…올해 성장률은 3.0% 유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성서호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25일 결정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우선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 등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수출 호조에도 불구, 부진한 소비를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유지했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기 회복 등을 반영해 기존 예상(작년 11월)보다 0.3%포인트(p) 높은 1.3%로 올려 잡았다.



◇ 작년 0.75%P '빅컷' 후 여섯번째 동결…"경기 여전히 불투명"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과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더딘 회복 흐름"이라며 "국내경제의 경우 수출이 IT(정보통신기술) 부문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유지했지만,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 등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회복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경기를 진단했다.

금리 동결의 배경에 대해서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16일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하지만 이후 같은 해 7, 8, 10,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날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 0.5%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가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더 내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섣불리 금리를 올려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 여부나 강도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도 대부분 경기 방어 차원에서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점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동결 외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자영업자 등 아직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많은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더 기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추이를 봐가며 천천히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위원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처럼 현재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은 공통적으로 경기에 초점을 맞출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는 부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이론의 여지 없이 경기가 정상화할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수출 호조에도 소비 부진에 성장률 유지…경기개선 등 반영해 물가상승률 높여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올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6일 발표된 기존 전망치와 같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2.5%로 유지됐다.

당초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최근 수출 호조를 반영해 성장률을 0.1%포인트 안팎 소폭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수 지표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수출 지표들이 많이 개선됐다"며 "작년 성장률이 워낙 낮아 기저효과도 있는 만큼 한은이 수출 호조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0.2%p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114.20)와 수출금액지수(110.32)는 1년 전보다 각 8%, 11.4% 올랐다. 수출물량지수는 5개월, 수출금액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전기장비,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는데 특히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내 반도체 지수만 따로 보면 수출량과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각 19.4%, 18.5% 뛰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1월 수출금액지수와 수입금액지수 상승률은 각 2018년 10월, 같은 해 11월 이후 최고"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관련 산업의 수요가 커지고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도 재개되면서 반도체·휴대전화 등 컴퓨터·전자기기와 운송장비 수출이 늘고 관련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런 수출 호조 효과를 작년 11월 이후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탓에 크게 위축된 소비가 상쇄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해외 주요국 경제가 백신 접종과 함께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는 것 같다"며 "수출과 제조업의 상황은 괜찮지만, 대면 서비스업과 소비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가 실물경기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기존 전망치(1.0%)보다 0.3%p 올려 잡았다. 경기 회복과 최근 국제 유가, 원자재, 곡물 가격 상승 흐름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가격 오름세 확대에도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0%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0%대 중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 내외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 점진적 경기개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전망치(1.0%)를 상회하는 1%대 초중반,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 내외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신 한은이 예상하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은 기존 1.5%에서 1.4%로 오히려 낮아졌다.

shk999@yna.co.kr,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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