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어찌할꼬'…당내 역할·진로 놓고 공화 지도부 이견
당 기자회견서 트럼프 연설 놓고 다른 목소리…미 언론 "당 분열 노출"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점차 늘려가는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에서 그의 역할을 놓고 이견이 노출됐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원 공화당 권력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의원총회 의장은 이날 당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수 진영 연례행사 연설 계획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내 견해를 분명히 해왔다. 1월 6일 이후 그가 당이나 국가의 미래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결정은 주최 측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체니 의원은 지난달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공격을 비판해왔으며 이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제기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중 1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2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의 마지막 날 연사로 나선다.
이 행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퇴임 후 공개석상에서 하는 첫 연설로, 그는 당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자신이 사실상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라고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회견에 참석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체니 의원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CPAC 행사에서 연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카시 대표는 체니 의원의 트럼프 비판 발언이 마무리되자 재빨리 회견을 끝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체니 의원은 전날 레이건연구소가 개최한 행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고 의사당을 공격한 폭도들을 자극한 데 따른 피해를 공화당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은 체니 의원과 같은 전통주의자들과 트럼프 충성파들 사이에서 당의 미래를 놓고 권력 투쟁 중"이라며 트럼프 재임 4년 동안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놓고 공개적인 갈등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WP는 공화당 지도부가 전직 대통령의 역할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입장이 엇갈렸다고 짚었고, 더힐도 "하원 지도부 기자회견 중 매카시 대표와 체니 의원총회 의장 간 어색한 순간은 공화당의 미래를 둘러싼 분열을 부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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