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단 이용 전용기는 사우디 왕세자 관련 회사 소유"
CNN 보도…"무함마드 왕세자가 의장인 국부펀드 소유 항공사 비행기"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새로운 정황이 드러났다고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암살단이 이용한 2대의 전용기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운영하는 국부펀드 소유 회사인 '스카이 프라임 항공'에 소속돼 있음이 소송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CNN은 사우디 국영기업들이 지난달 사우디의 전직 최고위 정보당국 관료이자 지금은 캐나다 시민권자인 사드 알자브리를 상대로 캐나다에서 제기한 횡령 혐의 소송 문서를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이 문서는 일급비밀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
알자브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암살단이 2018년 카슈끄지를 살해한 뒤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캐나다로 암살단을 파견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이후 사우디 국영기업들은 알자브리를 상대로 횡령 소송을 냈다고 CNN이 보도했다.
'스카이 프라임 항공'은 알자브리의 사위인 살렘 알무자이니가 운영하던 회사였지만, 2017년 12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의장을 맡은 국부펀드에 소유권이 이전됐다.
알무자이니는 그해 9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납치돼 사우디로 송환된 뒤 무함마드 왕세자의 고위 측근 등으로부터 고문을 받았고,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는 게 알자브리의 주장이다.
주목할 부분은 암살단이 카슈끄지 암살 당시 이용한 전용기 2대가 스카이 프라임 항공 소유라는 점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반체제 인사였던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으며 시신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암살단 15명 중 13명은 카슈끄지 살해 후 스카이 프라임 항공이 운영하는 HZ-SK1, HZ-SK2 등 2대의 전용기를 타고 카이로나 두바이 등을 거쳐 사우디로 돌아갔다. 2명은 민간 항공기를 이용했다.
CNN은 스카이 프라임 항공의 비행기가 카슈끄지 암살에 사용됐다는 점은 카슈끄지 살해와 무함마드 왕세자 간 또 다른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조만간 국가정보국(DNI)이 작성한 카슈끄지 보고서의 기밀을 해제해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살해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추가로 풀릴지 주목된다.
사우디 정부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평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DNI를 통해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곧 (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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