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 부인에도 배터리 불량 지목…화재 악재에 발목 잡히나
코나 전기차 배터리 전량 리콜 결정…해외서도 리콜 연이어
비용 부담 커지고 해외 업체 수혜 가능성…'일회성 악재'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현대차[005380] 코나 리콜 사태를 계기로 또 한 번 화재 이슈로 홍역을 치르는 모습이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24일 배터리 셀 불량을 화재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남았고, 코나 사태와는 별도로 해외에서도 다수 전기차 화재와 리콜이 이어지고 있어 전기차 시장에서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국내 업체들에게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에 생산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9일부터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를 모두 교체하는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간다. 리콜 대상은 국내 코나 전기차 2만5천83대를 포함해 전 세계 8만1천701대다.
배터리 전량 교환 비용은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교환 비용을 분담하며, 해당 비용은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 발표처럼 배터리 셀 불량은 직접 원인으로 보기 어렵고 양산 초기 문제는 이미 개선됐다"면서 현대차의 시스템 오류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정확한 원인과 그에 따른 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현대차와 비용 분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LG에너지솔루션도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리콜 비용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다.
앞서 해외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의 배터리가 탑재된 BMW, 볼트, 포드 등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리콜이 결정된 바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화재로 인한 안전성 논란의 원인으로 배터리 불량만이 원인인 것처럼 지목되는 데 대해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전기차는 배터리 셀과 팩, 관리 시스템, 냉각 시스템 등 여러 장치와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고 원인이 단순하게 배터리에 있다고 특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배터리 교체가 결정되면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불량 배터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도 이번과 유사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제조사들은 배터리 불량을 부인했지만 국내 ESS 배터리 시장은 위축됐고 논란 장기화에 실적이 크게 악화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코나 리콜 사태도 ESS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은 과점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화재, 소송 등 리스크가 커질수록 일부 해외 업체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화재 사고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에 대비해 업계의 철저한 품질관리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가는 이번 코나 리콜 사태는 일회성 악재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성장성은 분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006800] 연구원은 "코나 리콜은 일회성 비용으로 전기차 시장 전환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양질의 배터리 업체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번 리콜 이슈가 국내 배터리 기업에 리스크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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