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업공단 설립 가시화…광물공사 유동성 위기 벗어날까

입력 2021-02-24 10:53
한국광업공단 설립 가시화…광물공사 유동성 위기 벗어날까

지역사회에선 반대 목소리 높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강원랜드[035250] 대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한 '한국광업공단'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두 기관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의 '한국광업공단법'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법안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6개월간의 통합 작업을 거쳐 광업공단이 설립된다.

광물자원공사는 과거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 부실로 인해 2016년부터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부채 규모는 2008년 5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9천억원으로 불어났다.

광물자원공사가 부채의 늪에서 허덕이자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를 꾸려 처리 방향을 논의했고, TF는 자체 회생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2018년 광해관리공단과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광업공단법은 공단의 법정자본금을 3조원으로 하고, 기존에 광물자원공사가 하던 해외자원개발 투자 기능은 폐지하도록 했다. 다만, 현재 보유한 해외자산을 전부 매각할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에 해외자산매각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이 위원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산을 처분토록 했다.



정부는 그동안 광업공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국회에 요청해왔다.

광물자원공사는 오는 4월 5억 달러 규모 외화 채권 만기가 돌아와 차환 발행을 추진 중인데, 그전까지 입법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현재 신용평가기관들이 광물공사 신용등급을 부여하기 위해 막바지 평가 작업 중"이라며 "법적 논란이 해소돼야 신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물공사 채권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공기업 부채 전반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때부터 논란이 됐고, 21대 국회 들어서도 논의됐지만 7개월 넘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오는 2025년 만료되는 '폐광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시효 폐지를 요구하며 광업공단법 개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폐특법을 근거로 수익금 일부를 7개 시·군에 폐광지역개발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날 국회 산자중기위는 진통 끝에 광해공단법 제정안과 함께 폐특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폐특법 효력 시한은 2045년까지 연장됐다.

그러나 광업공단법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이 커 국회의 최종 문턱을 이른 시일 내 넘을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강원 지역에서는 광물공사 부채가 광업공단으로 옮겨가면 광해관리공단에서 맡아왔던 폐광지역 지원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해왔다.

이달 9일 폐광지역 7개 시군 자치단체장도 "두 기관의 통합은 광해관리공단의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이는 폐광지역 개발사업 추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광해공단 노조도 전날 광업공단법이 기습 상정되자 "폐광지역 주민의 희생과 광해공단을 이용해 광물공사의 부실과 해외자원 개발 실패를 덮으려는 것"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폐광지역 지원 축소 우려에 대해 산업부는 "폐광기금은 '폐특법'에 규정돼 있어 광업공단 신설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해공단은 정부 출연을 받는 기관으로, 사업지출보다 자체 수입이 부족해 광해공단 수익이 해외자원개발 부채상환에 사용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광해공단에 대한 정부출연금은 1천380억원이다.

아울러 통합공단이 설립되면 고유계정과 별개로 해외자산계정을 둬 해외자원개발 관련 부채 운용과 상환을 관리하도록 했기 때문에 동반 부실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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