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학자도 램지어 논문 비판…연판장 돌리자 578명 동참

입력 2021-02-24 10:01
미 경제학자도 램지어 논문 비판…연판장 돌리자 578명 동참

홍콩 출신 마이클 최 UCI 교수 "학문적 불법행위 넘어서" 시정 요구

한국·중국·미국·호주 등서 활발한 참여로 서명자 급증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의 경제학자가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학문적 불법 행위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전 세계 학계에 돌리고 있다.

램지어 교수에 대해 게임 이론 등 경제학의 언어를 이용해 근거 없는 역사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 글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학계 인사 600명 가까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연판장을 돌리기 시작한 사람은 홍콩 출신으로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I)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있는 마이클 최다.

최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실린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문제 삼았다.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계약이 게임 이론의 기초에 해당하는 '신뢰할 만한 약속'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터에서의 매춘이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성들은 대규모의 선급금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학계에 돌린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과 관련해 걱정하는 경제학자들'이란 제목의 서한에서 램지어의 논문이 '오사키'란 이름의 10살짜리 일본인 소녀를 등장시켜 계약이 자발적이며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모집책은 300엔을 선급금으로 주기로 했고, 오사키는 자신이 할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모집책이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반박 논문을 싣는 통상적인 관행을 따르는 대신 이처럼 연판장을 돌리게 된 것이 "이 논문이 학문적 준거와 성실성, 윤리를 위반하는 데서 단순한 학문적 실패나 불법 행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문의 저자가 끔찍한 잔혹 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한 위장막으로 게임 이론과 법, 경제학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제법경제리뷰의 편집자들이 이처럼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모든 시정 조치를 다하고, 논문을 싣기로 한 의사결정 과정과 학문적 기준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연판장에는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미국, 호주 등을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학자·연구자 등 578명이 서명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