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 정전사태, 신재생 때문?…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설비·전력망 관리부실이 주원인…기후위기 대비 중요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전력 안정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당초 정전 사태를 두고 신재생에너지의 한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낙후된 인프라와 미비한 대응 체계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발전설비와 전력망의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후 위기가 예상치 못한 때에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텍사스 사태를 교훈 삼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텍사스주 정전 사태는 기록적 한파와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전력망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정전이 처음 발생했을 때 가스, 풍력, 원자력 등 텍사스의 모든 주요 전력 공급원이 설비 동결 등으로 인해 일부 멈춰 섰다.
이상 혹한에 난방 수요는 폭증한 반면 185개 발전소가 작동을 중단하면서 전력 수요가 공급을 30%나 웃돌았다.
공급이 달린 데는 전체 발전량에서 60% 비중을 차지하는 가스 발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연방 규제기관이 혹한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발전 설비를 보강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했음에도 텍사스주 당국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뜩이나 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데 연료인 가스의 수급 불안정으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했다.
미국 보수 진영은 정전 책임을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돌렸다. 간헐성과 변동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로 전력망 안정성이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겨울철 텍사스주의 풍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안 된다. 원전 1기도 함께 멈춰 섰던 점을 고려하면 특정 연료원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발전원 구성이나 발전량 비중을 봤을 때 기저 역할을 하는 가스 발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정전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가스나 원전, 풍력 등 모든 발전 설비가 저온에 취약하게 설계되고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정부는 국내 발전설비가 혹서나 혹한에도 잘 견디도록 충분한 안정성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계절별 기온 차이가 확실한 만큼 그에 맞춰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발전원을 비교적 균형 있게 활용하기 때문에 특정 발전원이 비정상적인 상태일 때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할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일부 가정에서 겪은 '전기요금 폭탄'도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갑작스레 전기요금이 치솟은 것은 이들이 전기를 공급받는 도매 전력업체로부터 전기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변동 요금제를 선택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전 국민이 고정 요금제다.
정부 관계자는 "텍사스 정전 사태는 발전원 구성이나 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부실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월 초 북극 한파가 왔을 때 우리는 예비율이 10%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여러 발전원을 안정적으로 갖췄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기후 위기는 예상이 어려운 만큼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발전 설비들의 취약점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양수 등 충분한 보조 발전설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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