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 맥스 이어 777까지…보잉, 잇단 안전사고에 '추락 위기'

입력 2021-02-23 10:13
737 맥스 이어 777까지…보잉, 잇단 안전사고에 '추락 위기'

737 맥스 운행 재개 승인됐지만 이번엔 777 128대 멈춰 서

'코로나로 장거리 수요 감소'에 설상가상…'대형 여객기 강점' 보잉에 더 큰 타격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수요 감소 등에 더해 잇단 안전사고까지 겹치면서 끝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두 차례 추락 사고를 일으킨 737 맥스 기종이 20개월 만에 가까스로 운행 재개를 허가받았지만, 이번에는 777 기종이 운항 중 파편 추락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777-200 기종 여객기가 지난 20일 콜로라도주 덴버 국제공항 이륙 직후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여객기는 덴버 공항에 무사히 비상 착륙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체 파편 등이 공중에서 떨어져 나와 땅에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체 엔진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 파편이 주택가 지붕이나 마당 등에 떨어진 모습 등 당시의 아찔한 상황이 영상이나 사진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고장이 난 여객기에 장착된 것은 프랫앤드휘트니사(社)의 엔진이다.

이번 사고와 별도로 같은 날 네덜란드에서도 프랫앤드휘트니의 엔진이 장착된 747 화물 수송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이들 비행기 엔진 결함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엔진 사용연수를 감안했을 때 설계 문제라기보다는 제조나 정비와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CNN 비즈니스는 전했다.

일단 보잉은 프랫앤드휘트니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보잉 777기종 128대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구체적으로 그간 운항에 투입되온 69대와 여행수요 감소에 진작부터 운항을 쉬어온 59대 등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오래된 777 기종의 퇴출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델타항공은(DAL) 777 기종 18대 전부를 곧 이용 중단할 것이라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이중 8대는 불과 10년 정도 이용돼 상대적으로 서비스 기간이 짧은 편에 속한다.

보잉의 골칫거리는 737 맥스와 777 기종뿐만이 아니다.

보잉은 이미 수요 감소를 이유를 워싱턴주에 있는 787 공장을 수개월 내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한 달에 5대의 787 드림라이너, 2대의 777s 또는 777Xs 기종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787 드림라이너 기종은 특히 지난해 말 꼬리 부분에서 발견된 제조상의 결함이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보잉의 최신 여객기 기종인 777X는 GE 엔진 문제, 수요 감소 등으로 제작이 늦어지면서, 2023년 이전에 첫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근본적인 보잉의 어려움은 코로나19로 장거리 국제 여행이 줄면서 이중통로(twin aisle) 동체 폭이 넓은 '와이드바디' 대형 항공기 기종 수요가 감소한데 있다.

보잉은 이중통로 여객기 시장에서 우위를 가진 반면, 경쟁사인 에어버스는 단일통로(single-aisle) 기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중통로 여객기는 주로 국제선에 활용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입국 제한 등에 나서면서 당분간 국제선 여객 수요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항공사들은 팬데믹 이전에도 이중통로보다 단일통로 여객기를 점점 더 많은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CNN 비즈니스는 "보잉은 지난해 말 미 당국이 20개월 만에 737 맥스의 운항 재개를 허용하고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을 돌파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러나 회사 매출에 결정적인 와이드바디 여객기 시장의 붕괴 위험이라는 보다 장기적이고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