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WHO에 코로나 초기 대응 준비상태 거짓 보고"
자체평가서 "보건 비상사태 대응·관리체계 검증·갱신"
2006년 이후 국가 대응계획 갱신 안해…"국민에 거짓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탈리아가 코로나 발병 사태 초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코로나19 진원지'로 꼽히며 현재까지 확진자는 281만8천여명, 사망자는 약 9만6천명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라 작년 2월 4일 실시한 공중보건 비상사태 대응 준비상태 자체평가에서 스스로 가장 높은 '5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5단계는 '보건 분야 비상사태 대응 조정 구조와 국가 비상사태 관리 센터와 연계된 사고 관리 체계가 검증됐고 정기적으로 갱신된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국가 팬데믹 대응계획을 2006년 이후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작년 드러났다. 해당 계획은 2013년과 2018년 WHO 지침상 갱신됐어야 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자체평가 보고서는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고발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정부의 과실이 없었는지 수사하는 베르가모 지방검찰에 제출됐다.
보고서를 분석한 피에르 파올로 루넬리 전 장군은 검찰에 낸 문건에서 자체평가 70개 문항 중 60개가 근거 없이 답변이 이루어졌다며 "자체평가 보고서는 이탈리아가 코로나19 비상사태에 준비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증거 더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국민에게 준비가 됐다고 거짓말을 했다"라면서 "더 나쁜 건 우리에게 없는 능력이 있다고 WHO와 유럽연합(EU) 그리고 미래에 대비하던 유럽국가들을 속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넬리 전 장군은 여러 유럽국가 팬데믹 대응계획 수립에 관여한 전문가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미흡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이탈리아는 작년 2월 21일 롬바르디아주 코도뇨에서 첫 지역 내 감염자가 나왔고 이틀 뒤 베르가모주 알차노 롬바르도의 한 병원에서 감염자가 또 나왔다.
코도뇨에서 감염자가 나왔을 땐 코도뇨와 함께 이웃한 10개 도시에 봉쇄조처가 내려졌지만 알차노 롬바르도 병원은 감염자가 나오고 수 시간 만에 다시 문 열었고 베르가모주는 2주 뒤에나 전체 봉쇄됐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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