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력 의원 "성노예도 반인도범죄…역사로부터 도망쳐선 안돼"
차기 하원의장 유력 제프리스, 램지어 논란에 "역사의 추한 부분도 포용해야"
아시아계 겨냥한 혐오범죄에 "모든 가해자들 가장 높은 수위로 기소될 것"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차기 연방 하원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하킴 제프리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역사 왜곡을 정면 비판했다.
제프리스 의원은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묘사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역사로부터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 의원총회 의장인 제프리스 의원은 "그 교수의 언급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위안부에 대한 설명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응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다양한 방식의 반인도적 범죄들이었다"라며 "내 견해로는 성노예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를 포용해야 한다. 역사의 추한 부분까지도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만약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그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스 의원이 램지어 교수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각각 트위터를 통해 램지어 교수를 비판한 적이 있으나, 비(非) 아시아계 유력 정치인이 관련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만 50세인 제프리스 의원은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현 하원의장이 2년 뒤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경우 차기 하원의장 1순위 후보로 꼽힌다.
뉴욕시 브루클린 동부와 퀸스 남서부를 지역구로 둔 제프리스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되는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터뷰에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시작부터 증오범죄가 증가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로서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는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무책임한 말들이 많이 쏟아졌다"고 우려했다.
제프리스 의원은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자매들과 계속 함께하겠다. 그들에 대한 공격이 곧 우리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라면서 "단 한 명의 가해자도 예외없이 법이 허용하는 가장 높은 수위로 기소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종류의 증오범죄 증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사법체계를 안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제프리스 의원은 전날 미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이 반(反)아시안 혐오범죄 급증을 계기로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 증오, 음모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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