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못 막는 방화문·현관문…일부 업체, 절반이 불합격"
건설사업정보시스템 품질검사성적서 763건 분석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아파트 현관문과 방화문을 납품한 일부 업체의 불합격률이 많게는 50%선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여한승 책임연구원은 건설사업정보시스템(www.calspia.go.kr)에 공개된 세대 현관문과 대피공간 방화문 품질검사성적서 763건을 분석한 결과 업체별 내화 성능에 큰 편차를 보였다고 21일 밝혔다.
대피공간 방화문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화염과 연기를 차단하는 '비차열' 성능이 1시간 이상 유지돼야 하고, 열기 전파를 차단하는 '차열' 성능은 30분 이상이어야 한다. 세대 현관문 등은 비차열 성능 1시간 이상이 기준이다.
공개된 품질검사성적서를 보면 비차열(60분)과 차열(30분) 성능을 모두 충족한 방화문 품질검사성적서의 비율은 2018년 38%에서 2019년 77%로 개선됐으나 작년 상반기에는 다시 60%로 낮아졌다.
세대 현관문의 비차열 60분 성능 합격률은 2018년 67%, 2019년 72%, 작년 상반기 77%로 집계됐다.
현관문 품질검사성적서만 보면 내화 성능이 점차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업체별 합격률은 상당한 격차를 드러냈다.
10건 이상 품질검사 성적서가 공개된 제조업체의 업체별 합격률은 2018년에 45∼95%에 분포했다. 2019년에는 63∼86%, 작년 상반기에는 50∼89%로 조사됐다.
일부 업체의 경우 품질검사 시행 횟수의 절반이 기준에 미달한 셈이다.
건설사업정보시스템에 공개된 품질검사는 건설공사 발주자나 건설사업자 등이 의뢰하고 건설 현장 관리인과 감리자가 입회해 납품된 제품이나 납품 예정 제품 중에서 시료(샘플)를 채취, 품질검사기관에 의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품질검사기관이 검사 후 결과를 직접 건설사업정보시스템에 입력한다. 품질검사의 전 단계가 의무적으로 포털에 저장·관리되므로 제조업체가 입찰이나 납품을 위해 의뢰한 일회성 검사성적서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여한승 책임연구원은 설명했다.
여 책임연구원은 "세대 현관문과 대피공간 방화문 등 내화 성능 불량 문제가 알려진 이래 전국 각지에서 소송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일부 업체의 품질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동주택 방화문은 화재 때 입주자가 대피할 수 있는 통로이므로 제조업체가 의뢰해 수령하는 일회성 시험성적서보다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품질검사 데이터로 확인·검증하는 것이 더 믿을 만하다"며 "소비자들이 이러한 객관적 품질검사 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가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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