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붉은행성' 향한 인류 도전사는 수천년간 진행형

입력 2021-02-19 11:13
수정 2021-02-19 11:53
'죽음의 붉은행성' 향한 인류 도전사는 수천년간 진행형

기원전부터 '지하주인·전염병의 신' 등으로 경외

1960년 미소냉전 때문에 탐사경쟁에 불 붙어

미국, 1975년 우주선 첫 착륙으로 신기원

현재 6개국 탐사시대…지구 대안행성으로까지 부각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지구와 가까울 땐 5천600만㎞, 멀 땐 4억100만㎞ 떨어진 화성에 가닿으려는 인류의 노력은 태고부터 계속해 1960년대 본격화했다.

밤하늘에 붉게 빛나 '죽음의 행성'으로 불렸던 화성은 현대에 와선 인류가 지구 다음 터전으로 삼을 가장 유력한 행성으로 떠올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5번째 화성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가 18일(현지시간) 화성에 안착하면서 인류의 화성탐사는 또 한 번 전기를 맞게 됐다.



◇ 기원전에는 전염병의 신이나 지하세계의 주인

나사 등에 따르면 인류는 기원전부터 화성을 관측했다.

기원전 400년대부터 천문학을 연구한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화성을 전쟁과 전염병의 신이자 지하세계의 주인인 '네르갈'이라고 불렀다.

이집트인들은 '붉은 것'(Har Decher)이나 '죽음의 별'이라고 지칭했고 그리스-로마 시대에 들어 전쟁의 신에서 따온 '마스'(Mars)라는 이름을 얻는다.

천문관측을 목적으로 처음 망원경을 사용해 화성을 관측한 사람은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같은 해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화성의 궤도가 타원형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 미소냉전과 함께 경쟁 치열해진 화성탐사

화성탐사가 본격화했을 때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우주탐사 경쟁은 화성탐사에도 불을 붙였다.

소련은 1960년 10월 마르스닉 1호와 2호를 쏘아 화성 근접비행(Flyby)을 시도하려 했으나 발사단계에서 실패했다.

이후 1962년 소련의 마르스 1호가 화성에서 약 19만3천㎞ 지점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하나 이후 신호가 끊긴다.

화성 근접비행에 처음 성공한 우주선은 1964년 11월 발사된 미국의 마리너 4호였다. 7달 반을 비행해 화성 가까이에 다가간 마리너 4호는 첫 화성 근접사진 등 520만 바이트의 자료를 인류에게 건네준다.

미국은 1969년 마리너 6호와 7호를 잇달아 화성 근접비행에 성공시켰고 1971년엔 마리너 9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다.

마리너 9호는 화성 표면의 80%를 사진으로 촬영했고 화성에 풍화작용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모습을 처음으로 촬영해 인류에게 알려준 것도 마리너 9호였다.

마리너 9호는 최소 50년간 화성 궤도에서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추정됐기 때문에 아직도 화성 주위를 돌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이 1975년 물꼬 트면서 화성탐사시대 개막

최초로 화성에 착륙한 우주선은 미국이 1975년 8월 쏘아올린 바이킹 1호다.

바이킹 1호는 약 10개월간 화성으로 날아가 1976년 6월 19일 궤도선이 화성 궤도에 들어갔고 같은 해 7월 20일 착륙선이 화성 크리세 평원 서쪽 사면에 착륙한다.

1호와 약 20일 간격으로 발사된 바이킹 2호도 1976년 9월 착륙선이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다.

바이킹 1호와 2호 착륙선들은 각각 1982년 11월과 1980년 4월까지 지구와 송신하며 화성의 모습들을 인류에게 알려줬다.

바이킹에 이어 화성에 착륙한 우주선은 1996년 12월 발사된 패스파인더다.

패스파인더는 '길잡이'라는 이름처럼 처음으로 탐사로버 '소저너'(Sojourner)를 화성에 풀어놓는다. 소저너는 '일시 체류자'라는 뜻이다.

패스파인더와 소저너는 1997년 9월 27일 마지막 자료를 전송할 때까지 약 1만7천장의 사진과 대기·토양분석 자료 등 23억 바이트의 자료를 보내준다.

나사는 1999년 1월 딥스페이스 2호를 화성에 보내 화성 지하를 탐사하려 했으나 우주선이 착륙엔 성공한 것으로 보이나 이후 실종됐다.

이후 나사는 2003년 쌍둥이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화성에 보낸다.

2003년 6월 발사된 스피릿은 화성 구세프 분화구에 착륙해 2010년 3월까지 임무를 수행했고 스피릿보다 한 달 늦게 발사된 오퍼튜니티는 메리디아니 평원에 내려앉아 재작년 2월까지 장장 15년간 임무를 벌였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화성이 과거엔 습했다는 증거들을 찾아내 화성에 미생물이 살 수 있다는 추측에 힘을 실어줬다.

애초 90일간 임무수행이 목표였던 오퍼튜니티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5년간 일하며 화성에서 45㎞를 이동했고 마지막엔 '인내의 계곡'에 잠들었다.

나사가 오퍼튜니티 임무종료를 선언한 날 세계인들은 위대한 탐험가를 잃은 데 깊이 안타까워했다.

2011년 11월엔 다른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으로 출발한다.

큐리오시티는 2012년 8월 화성에 게일 분화구에 착륙해 '화성에 미생물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 한 번이라도 조성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현재도 왕성히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 현재는 6개국 탐사시대…지구의 대안행성으로 주목받기도

화성탐사 대부분은 미국이 수행했지만, 꼭 미국만 해낸 것은 아니다.

화성궤도 진입에 성공한 국가(지역)는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 아랍에미레이트(UAE), 중국 등 현재까지 총 6개국이다.

인도우주개발기구(ISRO)는 2013년 망갈리안(Mangalyaan)이라는 화성탐사선을 쏘아 올려 2014년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고 러시아와 유럽은 2016년 화성탐사선 엑소마스를 화성에 착륙시켰다.

UAE는 화성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을 이달 10일 화성 궤도에 올렸다.

중국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는 아말보다 20여시간 늦게 궤도에 들어갔다.

인류의 화성탐사 역사는 사실 실패로 점철돼있다.

작년까지 60년간 총 56차례 화성탐사 시도가 있었고 그 가운데 26차례만 성공해 성공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도 있다.

여러 실패에도 지구의 대안을 찾으려는 목적에서 화성탐사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제는 민간기업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2026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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