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콤보 품절입니다"…치킨업계, 닭고기 구하기 '비상'
AI 사태 장기화에 부분육 공급 부족…일부 메뉴 판매 중단
치킨값 인상 압박…전국 육계업체 돌며 "닭고기 달라" 호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치킨업계가 닭고기를 구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치킨집의 일부 메뉴는 아예 품절이 됐을 정도다. 이에 따라 치킨업체 직원들이 전국 육계업체를 돌아다니며 닭고기를 찾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 교촌치킨은 최근 공식 앱을 통해 '메뉴 일시 품절 안내'를 공지했다.
교촌치킨은 "최근 원육 수급 불안정으로 윙(닭 날개), 콤보(닭 다리+닭 날개) 메뉴 주문이 어려울 수 있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교촌치킨은 다른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상대적으로 부분육 제품 비중이 커 닭고기 수급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닭 다리나 날개는 마리당 2개씩 밖에 나오지 않아 이 부위만으로 이뤄진 제품 1개를 내놓으려면 닭 여러 마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분육 제품에는 일반적인 통닭용보다 통상 더 큰 닭을 쓰는데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AI 장기화로 언제 자기 농장도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다 보니 사육 농가들이 이전보다 빨리 출하하려고 하면서 부분육용 큰 닭 공급이 그만큼 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경우 구매 관련 모든 직원이 전국을 돌며 닭고기를 찾고 있다.
BBQ는 현재 가맹점이 원하는 닭고기 물량의 약 98% 수준을 가까스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 관계자는 "평소 거래하던 육계업체 이외에도 전국에 존재하는 사실상 모든 업체를 찾아다니며 닭고기를 구하고 있다"면서 "지금 계약이 성사돼도 닭이 자라는 데 최소한 1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AI 사태로 닭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치킨값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닭고기(9·10호 기준) 1㎏ 가격은 3천308원으로 3개월 전보다 16.2%, 1년 전보다는 4.8% 올랐다.
통상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는 닭고기 가격이 오르면 가맹점이 내는 납품 가격도 올려 받지만 상한선을 둔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는 이 상한선이 5천800원인데, 현재 가맹점 납품 가격은 5천500원선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300원 이상이 더 오르면 치킨값 인상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교촌치킨은 닭고기 가격이 정점을 찍던 지난달 한때 가맹점 납품가가 이 상한선을 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본사와 가맹점 상생 차원에서 닭고기 가격이 일정 시세를 넘어가면 그 이상의 인상 폭은 본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분명 크게 올랐지만, 소비자 반발이 예상돼 치킨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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