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과자 먹으며 촛불 난방…텍사스 주민들, 한파에 생존 투쟁
정전에 자동차에서 쪽잠…여러 벌 옷 입고 서로 껴안고 버티기도
생필품 사재기 행렬…수도 끊기자 눈 녹여 화장실 용변기에 사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최악의 한파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의 생존 투쟁기가 미국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해 전달받은 텍사스 주민들의 열악한 현지 사정을 보도했다.
정전 사태로 난방이 불가능해지자 주민들은 촛불을 켜고 벽난로 땔감을 때며 추위를 피해 보려 했으며, 과자와 물로 혹한의 72시간을 버텼다.
텍사스 율리스의 티머시 윌시 부부와 7살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기면서 큰 고통을 겪었다.
이들은 냉기가 감도는 집안에서 난방 수단은 손을 잠시 녹일 수 있는 촛불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지냈고, 차에 시동을 걸어 휴대폰과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추위를 피했다.
전기가 끊기면서 음식을 요리할 방법이 없어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윌시는 방송에 "식당이 빨리 열려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다"며 "손이 시려서 (핸드폰) 타자를 하기가 힘들다"는 문자를 보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존 헨더슨은 호흡기 장애를 가진 아내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사연을 전했다.
아내가 평소 산소공급 의료기기를 사용하지만, 정전으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헨더슨은 이 때문에 24시간 분량의 휴대용 산소 탱크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했고, 산소가 떨어지면 소방서에 들러 다시 채우는 일을 반복했다.
그의 가족은 차가운 외풍을 막기 위해 창문을 담요로 막았고, 샌드위치와 핫도그로 식사를 해결했다.
텍사스주 어빙에 거주하는 킴벌리 햄튼 가족은 정전으로 실내 온도가 2도까지 떨어지자 인근 매장에서 벽난로용 땔감을 사서 하룻밤을 겨우 버텼다.
햄튼은 "장작이 다 떨어져 가는데 이제 가까운 매장에서 구할 수도 없다"며 "아이들은 옷을 세 벌 껴입었고, 우리 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샌안토니오 주민 조던 오르타는 실내 난방이 되질 않아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차에서 쪽잠을 잤다.
오르타는 단수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인근 식료품점에 들렀지만, 식수가 다 팔리고 없었다면서 언제 수도 공급이 끊길지 몰라 욕조와 플라스틱 대야에 최대한 물을 받아놓았다고 밝혔다.
오르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때 사재기 사태처럼 사람들이 식료품점 앞에 길게 줄을 섰다며 "매장에 고기는 동이 났고, 상하지 않는 음식 재료들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 공급이 끊긴 애벌린 지역의 맥머리 대학은 화장실 용변기 물을 채우기 위해 캠퍼스 내 수영장 물을 끌어다 쓰고, 쌓인 눈까지 동원했다.
이 대학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영장 물로 용변기를 채우고, 녹은 눈을 예비로 사용하는 임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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