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한달] 한미동맹 복원 청신호…대북 '새 접근법' 검토 본격화
"韓은 핵심축" 방위비 타결 임박…한일협력 강조, 對中전선 동참 압박 가능성
대북 '제재·인센티브' 동시 거론…'트럼프 성과 계승' 한국과 조율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대선 과정과 인수위를 거치면서 바이든표 외교 철학이 수면 위로 공개됐지만 취임 이후 한 발짝씩 조심스레 내딛는 분위기다.
동맹 복원을 최우선 기치로 내건 한미관계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한 정책에서는 재검토를 본격화하며 기조 정립에 나서는 등 여전히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과 북미관계는 얽히고설킨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전략을 동시에 충족시킬 세밀한 전략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베일을 벗은 바이든 정부의 한미관계 철학은 동맹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라는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동맹을 가치가 아닌 거래의 대상으로 간주해 불안정했던 한미관계는 신뢰 기반 위에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은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의 과도한 인상 압박으로 1년 넘게 공전을 거듭한 이 사안은 한미동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한미가 지난 5일 무려 11개월 만에 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열고 동맹 강화에 기여하기로 공감대를 이룬 것은 이전과는 달라진 바이든 시대를 보여준다.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 때 제시했던 마지노선인 13% 인상안이 유력시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양국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상은 물론 외교를 비롯한 각급 한반도 정책 핵심 라인의 잇단 통화에서 미측이 한미동맹을 한반도·동북아에서 평화·번영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한목소리를 낸 것도 한미동맹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정상은 한국시간 지난 4일 전화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 약속을 강조했고, 특히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바이든 시대라도 암초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전시작전통제권을 두고 미세한 이견이 감지됐다.
서욱 국방장관이 재임 기간 진전된 성과를 강조하자 미 국방부 대변인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강조하며 서로 다른 곳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가 됐다.
미국이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구현하려면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필수이지만, 역사 문제로 일본과 대립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일정 부분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또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한반도 해빙을 지향하는 한국과 압박·제재를 강조하는 일본 간 인식 차를 앞에 두고 미국이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 관건은 대북 전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를 비롯한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루 살피면서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 미지수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신호를 수 차례 보냈기에 한반도의 봄을 불러왔던 '톱다운' 방식에 수정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단 미국은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대북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무작정 길어질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며, 이는 상황을 꼬이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유행 대처에 올인하면서 대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이란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터라 북한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이를 의식한 듯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북한 문제가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했다.
원칙론이긴 하지만 당근과 채찍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북한 비핵화 문제가 미 행정부를 거치며 더 악화한 나쁜 문제라면서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적절한 대북 전략이 나오지 않았다는 인식으로, 새 접근법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 언급이었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은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거론했다. 압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이었지만 여기에 인센티브를 가미해 창의적인 조합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을 따져보면 블링컨 장관이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했던 주고받기 형태의 이란식 해법이 어느 정도 녹아들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에도 싱가포르 합의 등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자는 한국과의 조율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2일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에도 제재 완화를 선호하는 한국과의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는 중국과의 전선에 북한 문제를 고리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변수다.
여기에 미국의 대북정책 설정에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감안될 것으로 알려져 접점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북한은 전략무기 개발 박차를 천명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 위원장을 '폭력배'라 칭하고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한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인식을 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보폭을 함께하며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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