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난동 트럼프 지지자, 법정서 "트럼프가 시켰다"
"배심원 동정받고 재판에 트럼프 끌어들여"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달 미국 연방 의사당 난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법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CBS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BS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서류 등을 분석한 결과 최소 7명의 변호인이 의뢰인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당시 의사당에서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이 찍힌 매슈 라이언 밀러의 변호인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지령에 따라 밀러가 그곳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밀러는 다른 수천 명의 시위대와 함께 의사당에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면서도 "그는 단지 당시 대통령이자 국가 최고 법 집행 책임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연설자들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변론했다.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극우단체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회원인 이선 노딘의 변호인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난동을) 부추겼다"라고 강조했다.
역시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인 도미닉 페졸라의 변호인 역시 "페졸라는 속았다"면서 "당시 총사령관(트럼프)의 간청에 대응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로펌 윌크 아우스랜더의 형사 전문 변호사이자 코넬 로스쿨의 비상근 교수인 랜디 젤린은 이를 '변호인의 조언' 전략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행동했다면 피고인은 범죄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의 변호인은 아니지만, 법을 제정하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하도록 했다면 피고인에게는 결코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젤린 교수는 "미국의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괜찮다고 말했거나, 이를 하라고 지시했다면 이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당신의 의도가 무효화된다"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법을 어기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 연방 검사였던 해리 리트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어렵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해 가능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배심원단의 동정을 받을 수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환되기라도 한다면 재판이 늘어지면서 검사가 더 가벼운 혐의로 기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BS는 피고인 7명의 변호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들먹였지만, 연방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이들 중 20명 이상을 부추겼다는 점을 공소장에 적었다고 전했다.
준무장 단체 '오스 키퍼스'(Oath Keepers) 회원으로 기소된 제시카 왓킨스와 관련해 검찰은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20년 11월 9일 문자메시지에서 왓킨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없이 행동하는 것을 우려했다는 점이 명확하다고 봤다.
왓킨스는 당시 "이것이 정교한 함정일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 않는 한 이는 불법이다. 트럼프가 나에게 올 것을 요청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다른 경우에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모시 헤일 쿠사넬리는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에서 자신들과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이들 피고인과 달리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그라이더의 변호인은 "의뢰인은 더는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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