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서비어런스와 함께 가는 화성헬기 다른 행성 첫 동력비행 도전
안착 한달여 뒤 5차례 걸쳐 3~4.5m 고도로 90초간 300m 비행
'인저누어티' 시험비행 성공하면 바퀴 의존 탐사 한차원 더 높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다섯 번째 화성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호가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화성 대기권에 진입해 착륙을 시도할 때 '인저뉴어티'(Ingenuity)라는 화성 헬기도 로버의 배 부위에 실려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뒤 4억7천100만㎞의 긴 여정을 무사히 소화하고, 성공 확률이 50%밖에 안 되는 가장 어려운 관문인 '진입·하강·착륙'(EDL)을 남겨놓고 있다.
무게 1.8㎏에 동체가 티슈 박스 크기밖에 안 되는 이 헬기는 퍼서비어런스호의 생명체 탐사 임무와는 관련 없이 미래 화성 탐사에 활용할 기술 시연을 위해 가져간 것이다.
인저누어티가 화성 대기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한다면 다른 행성에서 이뤄진 첫 동력비행으로, 로버의 바퀴와 궤도에만 의존해온 지상 탐사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구에서 화성 조건에 맞춰 진행한 각종 시험을 모두 통과했지만 지구 대기 밀도의 1%밖에 안 되는 곳에서 제대로 비행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저누어티는 퍼서비어런스호가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에 성공적으로 안착해도 기기 점검 등을 위해 적어도 한 달 뒤에나 시험비행을 위한 준비에 나서게 된다.
퍼서비어런스호가 헬기를 전개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인저누어티를 분리하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다.
로버는 안전한 거리로 벗어나 지구와의 교신 중계와 비행 장면 촬영 등의 역할을 맡는다.
시험 비행은 화성 시간으로 30일(sol·1sol=24시간37분23초) 이내에 모두 다섯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인저누어티의 회전 날개는 1.2m짜리 두 개로 이뤄져 있는데 동체와 비교해 훨씬 크게 설계됐으며 회전수도 지구에서보다 더 빠르게 했다. 이는 화성의 대기 밀도가 지구의 1%밖에 안 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인저누어티는 회전날개를 돌려 3~4.5m 높이로 최대 90초간 300m 가까이 시험비행을 하게 된다. 라이트 형제의 첫 동력 비행이 12초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대 작지 않은 도전이다.
이 과정에서 영하 90도까지 떨어지는 착륙지 주변의 밤 온도를 견디고 태양광 패널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동충전해 동력을 확보하며, 퍼서비어런스의 '화성 헬기 기지국'(Mars Helicopter Base Station)을 통해 교신을 주고받는 등의 기능도 시험하게 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퍼서비어런스호 간에 교신이 오가는 데 약 22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인저누어티도 사전에 입력된 기준에 따라 사실상 독자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며 시험 비행을 하게 된다. JPL의 관제사가 조이스틱을 갖고 드론 조종하듯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저누어티가 센서로 감지한 지형 자료와 이미지를 분석해 사전에 입력된 비행경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인저누어티가 비행에 성공하면 미래 화성 탐사에서 첨단 비행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를 통해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궤도선이 제공할 수 없는 항공 사진을 얻을 수 있고 우주비행사나 로버가 가기 어려운 지형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와함께 주요 장비를 공중 수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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